채무자가 빚을 피하려 재산을 가족에게 넘겼다면 채권자는 민법 제406조 사해행위 취소소송으로 그 처분을 되돌릴 수 있다. 다만 피보전채권·사해행위·채무자의 악의라는 요건을 갖춰야 하고, 취소 원인을 안 날부터 1년, 행위일부터 5년의 제척기간이 있어 시점이 중요하다. 재산이 더 빠져나가기 전 가압류로 묶고, 채권 발생 시점과 처분 내역을 입증할 증거를 먼저 모아야 한다.

받을 돈이 남아 있는데, 채무자 명의였던 집이나 예금이 어느새 배우자나 자녀 앞으로 넘어가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쓰는 제도가 민법 제406조의 사해행위 취소소송, 다른 말로 채권자취소권이다.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할 것을 알면서 한 재산 처분을 취소하고 재산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요건이 맞으면 되돌릴 수 있다. 다만 아무 때나 되는 것은 아니고, 넘긴 상대가 가족이라는 점이 오히려 채권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요건과 시한, 그리고 가족 명의가 왜 문제되는지를 차례로 보자.

Pavel Danilyuk
취소소송이 받아들여지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피보전채권이다. 받을 돈이 있어야 하고, 원칙적으로 그 채권이 재산 처분보다 먼저 생겨 있어야 한다. 처분이 끝난 뒤에 발생한 채권은 원칙적으로 보호 대상이 아니다.
둘째는 사해행위다.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한 탓에 빚을 갚을 재산이 부족해져야 한다. 처분하고도 남은 재산으로 충분히 갚을 수 있다면 취소 대상이 아니다.
셋째는 사해의사다. 채무자가 이렇게 넘기면 채권자가 못 받는다는 사정을 알면서 처분했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재산을 받은 쪽, 즉 수익자의 악의는 추정된다. 수익자가 스스로 "나는 그런 사정을 몰랐다"고 입증하지 못하면 취소를 피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가까운 사이로의 이전이 특히 걸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무상으로 증여했다면 대가 없이 재산이 빠져나간 것이라 책임재산이 줄어든 사실이 분명해 사해행위로 인정되기 쉽다. 또 가족은 채무자의 재정 사정을 모를 수가 없어, "몰랐다"는 수익자의 선의 주장이 잘 통하지 않는다.
실제 판례에서도 채무를 넘어서는 빚을 진 채무자가 유일한 부동산을 배우자에게 증여한 사안을 사해행위로 보고, 취소와 함께 가액배상을 명한 예가 있다. 다만 단순한 계좌 이체 내역 하나만으로 증여나 사해행위가 곧바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실제로 재산을 주고받겠다는 의사의 합치가 객관적으로 드러나야 한다고 본 판례도 있다. 이체 기록만 있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둘을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가압류는 재산이 빠져나가기 전에 미리 묶어 두는 보전처분이다. 사해행위 취소는 이미 넘어간 재산을 되돌리는 사후 수단이다. 서로 경쟁하는 제도가 아니라 보완하는 관계다.
아직 재산이 채무자 명의에 남아 있다면 먼저 가압류로 처분을 막고, 이미 넘어갔다면 사해행위 취소로 되찾는 식으로 쓴다. 만약 재산이 또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 원래 물건 그대로 돌려받기 어려워졌다면, 그 가액만큼을 돈으로 돌려받는 가액배상으로 간다.
시점이 전부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제척기간은 취소 원인을 안 날부터 1년, 법률행위가 있은 날부터 5년이다. 둘 중 하나라도 지나면 소를 낼 수 없다.
여기서 '안 날'은 단순히 처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안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처분이 채권자를 해하는 것이며 채무자에게 사해의사가 있었다는 점까지 안 시점을 말한다. 다만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을 처분한 사실을 채권자가 알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의사도 알았던 것으로 보는 판례가 있어, 몰랐다고 미루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의심이 든다면 시간을 끌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움직이기 전에 아래 순서로 챙기면 좋다.
사해행위 취소는 요건과 시점을 다투는 소송이라 사실관계가 승패를 가른다. 증거가 흩어지기 전에 모으고 제척기간을 먼저 확인한 뒤, 사안이 복잡하다면 전문가와 소 제기 여부를 판단하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