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은 영장에 적힌 혐의·대상·장소와 관련된 것에만 미치고, 전자의무기록은 포괄 압수가 아니라 관련성 선별을 거쳐야 한다. 진료 중이라도 수사기관은 영장 제시와 책임자·변호인 참여, 압수목록 교부 같은 절차를 지켜야 하며, 이를 어기면 증거능력이 부정될 수 있다. 의료진은 영장 범위와 야간집행 기재, 선별 참여, 환자정보 보호를 현장에서 확인해야 한다.

병원에 수사기관이 들어왔다고 해서 모든 자료를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압수수색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적힌 혐의사실, 압수할 물건, 장소, 유효기간의 테두리 안에서만 이뤄진다. 영장에 없는 물건이나 혐의와 무관한 자료는 원칙적으로 대상이 아니다.
특히 전자의무기록(EMR)처럼 대량의 개인정보가 담긴 전자정보는 기준이 더 엄격하다. 대법원은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이 사생활과 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므로 포괄적으로 해서는 안 되고, 비례의 원칙에 따라 수사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저장매체 전체를 복제하더라도 혐의와 관련 있는 정보만 골라내는 선별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 병원 측이나 변호인이 참여해야 한다. 선별 절차 없이 확보한 정보는 법정에서 증거로 쓰지 못한다는 판단이 반복돼 왔다.

Charlss GonzHu
진료를 즉시 멈추게 할 수는 없다. 응급 환자가 있거나 진료가 진행 중이라면 그 사실을 알리고 집행 방식을 조율할 수 있다. 다만 집행 자체를 거부할 권리는 없으니, 거부보다는 절차를 챙기는 쪽이 현실적이다.
먼저 영장 원본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한다. 수사기관은 집행 전에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 혐의사실과 압수 대상, 장소, 기간을 눈으로 확인해 우리 병원과 해당 부서가 영장 범위에 들어가는지 본다.
참여권도 핵심이다. 공무소나 건조물에서 영장을 집행할 때는 그 책임자를 참여시켜야 한다(형사소송법 제123조). 병원이라면 병원장이나 그 대리인, 담당 부서장이 현장에 함께해야 한다는 뜻이다. 변호인의 참여도 보장되므로(제121조), 가능하면 법무 담당이나 변호인이 도착할 때까지 선별과 복제를 미뤄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시간도 변수다. 야간에는 영장에 야간집행을 할 수 있다는 기재가 없으면 집행을 위해 건물에 들어올 수 없다(제125조). 일몰 후 집행이라면 영장에 그 기재가 있는지 확인한다.
가장 민감한 부분이 환자 정보다. 압수 대상이 특정 피의자나 특정 진료와 관련된 기록이라면, 그와 무관한 다른 환자들의 진료기록까지 함께 넘어가서는 안 된다. 앞서 말한 관련성 선별이 바로 이 지점을 지키기 위한 장치다.
의료법도 근거가 된다. 의료법 제23조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탐지하거나 누출·변조·훼손하는 것을 금지한다. 수사라는 정당한 절차가 있더라도, 그 범위를 넘어 무관한 환자 정보를 무차별로 가져가거나 외부로 흘리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전자정보를 복제할 때 무관한 환자 기록이 함께 담기지 않도록 선별에 참여하는 일이 중요하다.
압수수색이 시작되면 당황하기 쉽다. 다음을 순서대로 확인하면 절차를 놓치지 않는다.
절차를 지키라는 요구는 수사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중에 증거능력이나 환자 정보 보호를 두고 다툼이 생겼을 때, 현장에서 챙긴 이 기록들이 병원과 환자 모두를 지키는 근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