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분할 판결은 그 자체로 집행권원이지만, 상대가 자발적으로 이행하지 않으면 돈은 저절로 들어오지 않는다. 최태원 회장이 9,440억원 상당의 SK 지분을 처분하기로 한 것처럼 거액 분할금은 자산 현금화로 이어지고, 일반인은 재산명시·경매·채권압류로 판결을 강제해야 한다. 상대 재산이 부동산인지 예금인지, 분할금이 일시금인지 정기금인지에 따라 집행 수단과 가정법원 이행명령의 효과가 달라진다.
재산분할 소송에서 이기면 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판결문은 "이 금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증서이지, 통장에 돈을 꽂아주는 장치가 아니다. 상대가 순순히 입금하면 문제가 없지만, 현금이 없거나 줄 생각이 없으면 그때부터 별도의 집행 절차가 시작된다.
판결이 확정되거나 판결정본이 상대에게 송달되면 그 즉시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다. 재산분할 판결도 금전 지급을 명한 집행권원이기 때문이다. 받아낼 권리와 실제로 받아내는 절차는 다른 문제라는 점을 먼저 구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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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2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보유한 SK 보통주 165만여 주, 약 9,440억원어치를 시간외대량매매로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지분율은 17.76%에서 15.49%로 2.27%포인트 낮아진다. 공시상 목적은 "개인 소요 자금 조달"이지만, 그 금액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인정된 재산분할금 9,440억원과 같다.
이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4년 5월 2심은 분할금을 1조3,808억원으로 봤으나 대법원이 이를 파기했고, 2026년 7월 파기환송심이 9,440억원으로 다시 산정했다. 최 회장이 재상고해 대법원 심리가 남아 있다. 확정 전인데도 거액을 미리 마련하는 모습은, 분할금 규모가 크면 결국 보유 자산을 현금으로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수천억대 주식도 예외가 아니다.
일반인의 현실은 다르다. 상대가 "돈이 없다"고 버티면, 먼저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찾아야 한다. 이때 쓰는 것이 재산명시와 재산조회다.
재산명시는 법원이 상대를 불러 본인 재산 목록을 직접 밝히게 하는 절차다. 상대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거나 거짓으로 신고하면 감치나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재산명시로도 파악이 안 되면 법원을 통해 금융기관과 부동산 등을 조회하는 재산조회로 넘어간다. 집행의 성패는 사실상 이 단계에서 갈린다.
재산을 찾았다면 종류에 맞는 집행 수단을 고른다.
| 대상 재산 | 집행 방법 | 걸리는 시간 |
|---|---|---|
| 부동산 | 강제경매 신청 | 매각·배당까지 수개월~수년 |
| 예금·보험해약금 |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 3~4주, 상대적으로 빠름 |
| 급여·임대보증금 | 해당 채권 압류 | 지급 주체를 묶는 방식 |
실무에서는 현금화가 빠른 채권압류를 먼저 거는 경우가 많다. 은행 예금을 압류하면 상대가 그 돈을 쓰지 못하도록 묶고, 채권자가 은행에서 직접 받아낼 수 있다. 부동산 경매는 받을 수 있는 금액이 크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상대가 끝까지 협조하지 않으면 채무불이행자명부에 올려 신용에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
재산분할에는 일반 민사집행 외에 가정법원의 이행명령(가사소송법 제64조)이라는 수단도 있다. 상대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어기면 1천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
다만 한계가 분명하다. 감치, 즉 최대 30일 구금은 분할금을 매달 나눠 주는 정기금 방식에서 3기 이상 밀렸을 때만 가능하다. 최 회장 사례처럼 한 번에 주는 일시금은 아무리 미뤄도 감치 대상이 아니다. 과태료 역시 압박 수단일 뿐 돈을 직접 받아주지는 않는다. 결국 일시금 분할금은 앞서 본 강제집행으로 받아내는 것이 현실적이다.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이다. 당장 받아내지 못해도 권리가 바로 사라지지는 않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대 재산을 추적하기는 어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