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마취 사고의 과실 다툼은 진료기록과 CCTV 같은 증거 싸움이고, 그 증거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가족은 의료법 제21조로 부속기록지까지 명시해 진료기록을 받고, CCTV는 증거보전 신청으로 확보한 뒤 형사·민사·조정 중 목적에 맞는 길을 고르면 된다. 민사는 안 날부터 3년, 형사 공소시효는 7년 등 절차별 기한이 다르니 일정부터 확인해야 한다.
수술이나 마취 도중 가족이 잘못됐다면, 머릿속은 "누구 책임인가"로 가득하겠지만 실제로 먼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과실을 다투는 싸움은 결국 기록 싸움이고, 그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거나 바뀔 수 있다.
특히 수술실·회복실 CCTV는 병원 설정에 따라 짧으면 며칠, 길어도 몇 주 뒤 자동으로 덮어쓰기 된다. 감정이 정리되기를 기다리는 사이 결정적 자료가 지워지는 경우가 실제로 있다. 그래서 순서가 중요하다. 기록과 영상을 먼저 확보하고, 그다음에 어떤 절차로 다툴지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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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제21조는 진료기록 열람과 사본 발급을 환자 본인의 권리로 두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환자가 지정한 대리인에게도 길을 열어 둔다. 환자가 의식이 있다면 동의서와 신분증, 가족관계를 확인할 서류를 갖추면 된다. 환자가 사망했거나 의식이 없는 상황이라도 가족은 가족관계증명서 등으로 기록을 받을 수 있다.
병원이 "담당 의사 승인이 필요하다" "진료비부터 내라" "특정 요일에만 발급한다"고 미루는 것은 효력이 없다.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은 이런 내부 규정이 환자 측에 효력이 없고, 정규 근무시간에 발급을 거부하면 의료법 위반이라고 못 박았다.
다만 창구에서 "기록 전체를 달라"고만 하면 의사가 쓴 경과기록지 정도만 나오기 쉽다. 과실 입증에 정작 중요한 자료는 따로 있다. 수술기록지, 마취기록지, 회복실 기록지, 간호기록부, 활력징후 기록지를 항목으로 콕 집어 요청해야 누락을 막는다.
진료기록과 달리 CCTV 영상이나 내부 일지는 병원이 순순히 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때 쓰는 제도가 민사소송법의 증거보전 신청이다. 본안 소송을 내기 전이라도, 자료가 없어지거나 쓰기 어려워질 우려가 있으면 법원에 미리 조사해 달라고 요청하는 절차다.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병원에 CCTV 영상이나 병동일지 같은 자료를 제출하도록 명령한다. 실제로 수술실·회복실 CCTV가 자동 삭제되기 전에 긴급히 보전해 영상을 확보한 사례들이 있다. 증거보전을 허용하는 결정에는 상대방이 불복할 수 없고, 보전된 자료는 나중에 본안 소송으로 넘어가 그대로 쓰인다.
핵심은 타이밍이다. 과실을 의심할 만한 정황과 "지금 보전하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사정을 함께 소명해야 신청이 받아들여지므로, 사고 직후 서두르는 편이 유리하다.
증거를 확보했다면 다투는 길은 크게 셋이다. 세 가지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목적이 다르다. 처벌을 원하면 형사, 돈으로 배상받으려면 민사, 빠르고 덜 소모적인 해결을 원하면 조정이 출발점이 된다.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함께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 구분 | 목적 | 주체·입증 | 걸리는 시간 |
|---|---|---|---|
| 형사 고소 | 의료진 처벌 | 수사기관이 수사, 과실 입증 문턱 높음 | 수사 기간에 좌우 |
| 민사 소송 | 금전 배상 | 환자 측이 과실·인과관계 입증 | 대체로 길다 |
| 분쟁조정 | 배상·화해 | 중재원이 감정까지 수행 | 상대적으로 빠름 |
형사 고소는 업무상과실치사상(형법 제268조)으로 수사기관이 움직이지만, 과실과 인과관계를 형사 수준으로 입증해야 해 문턱이 높다. 민사 소송은 배상이 목적이되 입증 부담이 환자 측에 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은 의료 감정이 절차에 포함돼 개인이 감정의를 구하는 부담을 덜어 준다. 감정서는 원칙적으로 조정 개시일부터 60일 안에 나오고 한 차례 30일까지 연장될 수 있다.
사망이나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애 1급 같은 중대한 결과라면, 이른바 '신해철법'에 따라 병원이 거부해도 조정 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된다. 2018년 12월부터 시행된 규정이다.
절차마다 시간제한이 다르다. 넘기면 권리 자체가 사라질 수 있으니 일정부터 챙긴다.
준비할 것은 겹친다. 진료기록 사본(부속기록지 포함), 수술·마취 동의서, 진료비 영수증, 사고 전후 상태를 적은 가족의 메모와 사진, 가족관계증명서와 신분증, 그리고 CCTV가 있다면 증거보전 신청서다. 혼자 판단이 어렵다면 대한법률구조공단(국번 없이 132)이나 의료 전문 변호사 상담을 먼저 받는 것이 안전하다. 기록부터 지키고, 길은 그다음에 골라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