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상대방의 변호사가 재판부와 친족이라는 사실만으로는 법관이 당연히 배제되는 제척 사유가 되지 않고, 당사자가 기피를 신청해야 법원의 판단을 받는다. 판례와 대법원 윤리 권고는 친족이 사건을 직접 담당하고 촌수가 가까울수록 기피·회피 가능성을 높게 보지만 같은 로펌 소속일 뿐인 먼 친족은 인정되기 어렵다고 본다. 기피는 본안 변론 전에 이유를 밝혀 신청하고 3일 안에 소명 서면을 내야 하며, 소송 지연 목적이 분명하면 각하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

소송 상대방의 변호사가 알고 보니 재판장과 친척이었다. 이럴 때 많은 사람은 "판사가 당연히 바뀌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 그 사실만으로 판사가 자동으로 사건에서 빠지지는 않는다.
이 상황은 법에서 '제척'이 아니라 '기피'로 다루는 영역이다. 제척은 법이 정한 사유에 해당하면 신청 없이도 법관이 당연히 배제되는 것인데, 상대 변호사가 판사의 친족인 경우는 그 사유 목록에 들어 있지 않다. 그래서 당사자가 직접 기피를 신청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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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제도는 모두 공정한 재판을 위해 특정 법관을 사건에서 떼어놓는 장치지만 작동 방식이 다르다.
| 구분 | 배제되는 방식 | 누가 움직이나 |
|---|---|---|
| 제척 | 법에 정한 사유면 당연히 배제 | 신청 없이 법률상 자동 |
| 기피 | 공정 의심 사정이 있으면 결정으로 배제 | 당사자가 신청 |
| 회피 | 법관이 스스로 물러남 | 법관 본인(법원 허가) |
제척 사유는 민사소송법에 열거돼 있다. 법관이 당사자 본인과 친족이거나, 그 사건에서 증언·감정을 했거나, 당사자의 대리인이었던 경우 등이다. 공통점은 '법관과 당사자' 사이의 관계라는 점이다. '법관과 상대 변호사'의 친족 관계는 여기에 없다.
그렇다면 기피로는 받아들여질까. 여기서도 거리와 상황을 따진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법관의 배우자나 2촌 이내 친족이 어느 법무법인에 근무하면 그 법인이 맡은 사건은 처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해 왔다. 반면 3·4촌 친족이 단순히 그 로펌 소속일 뿐 사건을 직접 맡지 않았다면, 공정성에 의심이 없는 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는 기준도 함께 제시됐다. 판례 역시 친족이 상대 대리인과 같은 로펌의 소속 변호사에 불과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피 사유로 보지 않는 쪽이다.
정리하면 친족이 내 상대방 사건을 직접 맡은 변호사이고 촌수가 가까울수록 기피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먼 친족이 같은 로펌에 이름만 걸려 있는 정도라면 인정되기 어렵다.
기피가 늘 통하는 것은 아니다. 신청이 법이 정한 방식에 어긋나거나 소송을 늦추려는 목적이 분명하면 법원은 결정으로 각하할 수 있다. 재판이 불리하게 흘러간다는 이유만으로 내는 기피는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현실에서는 친족이 상대 사건을 직접 맡은 가까운 관계라면 신청 전에 법원이 회피로 재배당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을 때는 당사자가 관계와 사유를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한다. 막연한 의심이 아니라 '누가, 어떤 촌수로, 이 사건을 어떻게 맡고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 기피 신청의 성패를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