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2일 시중은행 네 곳이 부동산 시행사와 허위 분양자가 공모한 대출사기로 약 490억원 규모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이런 사기에 이름이 오른 일반 계약자의 형사책임은 사기 사실을 알고 용인했는지, 즉 '고의' 여부가 가른다. 속은 피해자라면 계약을 취소할 수 있지만 짜고 꾸민 허위계약은 무효이고 명의를 빌려준 사실만으로 방조 책임을 질 수 있어 대응 전 법률 상담이 필요하다.

8월 12일 KB국민·신한·우리·IBK기업은행이 잇따라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네 곳을 합친 규모가 약 490억원이다. KB국민은행은 35억7790만원, 신한은행은 173억4355만원, 기업은행은 182억2000만원으로 금액을 대폭 올려 다시 공시했다. 부동산 시행사와 허위 분양자 등이 공모해 대출을 받아낸 사건으로,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구체적 수법은 수사 중이라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런 유형은 대체로 실제로는 팔리지 않은 분양 물건을 팔린 것처럼 꾸미고, 그 분양계약을 근거로 중도금대출 등을 받아 돈을 빼내는 구조다. 여기서 '허위 분양자'로 이름을 올린 사람이 문제가 된다. 평범한 계약자가 자기도 모르게, 혹은 대가를 받고 이 자리에 앉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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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책임을 지는지 아닌지는 '알고 있었는가'가 가른다.
진짜로 집을 사려던 사람이 시행사나 브로커의 사기에 휘말려 서류에 이름이 들어간 것뿐이라면, 사기의 고의가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처벌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속은 피해자에 가깝다.
문제는 명의를 빌려준 경우다. 법원은 "내 명의가 범죄에 쓰일 수도 있겠다"고 어렴풋이 짐작하면서도 이를 용인하고 넘겼다면, 구체적 범행 내용을 몰랐어도 방조의 고의를 인정한다. 판단할 때 살피는 것은 대가를 받았는지, 그 대가가 상식을 벗어난 액수인지, 명의를 넘긴 경위가 정상적인지, 상대의 신원이나 돈의 용도를 전혀 확인하지 않았는지다. 반대로 정상적인 거래로 오인할 사정이 뚜렷하고 대가도 없었다면 미필적 고의가 부정돼 무죄가 되기도 한다.
즉 "이름만 빌려주면 된다, 문제없다"는 말을 믿고 도장을 찍었다면, 그 말을 믿었다는 사실만으로 면책되지는 않는다.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 자체가 고의의 근거로 쓰일 수 있다.
계약의 운명은 내가 어느 쪽이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속은 피해자라면 민법 제110조가 적용된다.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 다만 사기를 친 사람이 계약 상대가 아닌 제3자라면, 계약 상대방이 그 사기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만 취소가 가능하다. 그리고 취소하더라도 그 사정을 모른 채 이미 권리를 취득한 선의의 제3자에게는 취소를 주장할 수 없다.
반대로 살 마음 없이 짜고 꾸민 계약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서로 통정한 거짓 계약, 곧 통정허위표시는 민법 제108조에 따라 아예 무효다. 허위 분양계약이 여기에 해당하면 계약은 처음부터 효력이 없다. 이 경우에도 사정을 모르는 선의의 제3자는 보호된다.
매매나 분양 계약을 진행하다 사기 정황이 의심된다면 확인할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내가 서명·날인한 서류가 실제 내 거래를 담고 있는지다. 실거주나 실투자 의사 없이 이름만 올리는 계약은 그 자체로 위험 신호다.
둘째, 오간 돈의 흐름이다. 계약금·중도금이 정상적으로 오갔는지, 내게 명의 대가 명목의 돈이 건네졌는지는 나중에 고의를 가르는 핵심 자료가 된다.
셋째, 대응 순서다. 사기 피해가 확인되면 계약 취소나 무효 주장, 대출 관계 정리, 형사 대응이 서로 얽혀 진행된다. 사안마다 적용되는 조문과 유불리가 달라지므로, 서류를 들고 변호사나 법률구조기관과 먼저 상담하는 편이 안전하다. 이름을 빌려달라는 제안은 액수가 크든 작든 거절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