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받을 돈이 실제로 있어도 그 요구 수단이 사회통념상 허용 범위를 넘으면 공갈죄가 성립한다고 본다. 정당한 채권의 존재가 면죄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추구한 목적과 선택한 수단을 함께 따져 협박에 이르렀는지가 갈림길이 된다. 프리랜서와 직원, 사업주가 정산이나 인센티브를 요구할 때는 감정적인 해악 고지를 피하고 내용증명과 노동청 진정, 민사 청구처럼 기록이 남는 절차로 옮기는 것이 안전하다.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원칙이 있다. 실제로 받을 돈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요구 방식까지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정당한 권리자라도 그 권리를 실현하는 수단과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으면 공갈죄가 성립한다고 일관되게 판단해 왔다.
갈림길은 '권리의 존재'가 아니라 '수단의 정도'다. 미지급 용역비, 밀린 급여, 약속된 인센티브가 실제로 존재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상대에게 겁을 주어 재산을 넘기게 했다면 문제가 된다. 공갈죄는 형법 제350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무거운 죄다.
고용 관계에서 흔한 장면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르다. 프리랜서가 밀린 대금을 받으려 "돈을 안 주면 그동안의 위법을 다 신고하겠다"고 압박하거나, 퇴사자가 약속받은 인센티브를 요구하며 회사의 약점을 외부에 흘리겠다고 말하는 경우다. 받을 돈이 있다는 사실과 별개로, 이런 압박은 수단의 정도에서 선을 넘을 위험이 있다.

Mikhail Nilov
두 죄는 모두 '해악의 고지', 즉 겁을 주는 말에서 출발하지만 결과가 다르다. 협박죄는 상대를 겁먹게 한 것 자체가 문제이고, 공갈죄는 그 협박으로 돈이나 재산상 이익을 실제로 취득했는지가 핵심이다.
정당한 권리가 있으면 조금 다르게 본다. 받을 권리가 분명하면 공갈죄 대신 협박죄나 폭행죄만 문제되는 데 그칠 수 있다. 그러나 그 권리를 빙자해 사회통념을 넘는 협박을 수단으로 삼으면 권리가 있어도 공갈죄로 넘어간다. 판단은 추구한 목적과 선택한 수단을 주관적·객관적 측면에서 종합해 이뤄진다. 목적이 정당해도 수단이 지나치면 유죄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 사건에서 피고인은 상대에게 금전채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받아내는 방식이었다. 법원은 그가 한 폭언이 "당시 상황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해 공갈미수 유죄를 확정했다(대법원 96도2151).
이 판결은 하나를 더 정리했다. 공갈의 수단으로 한 협박은 공갈죄에 흡수돼 따로 협박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돈을 목적으로 겁을 준 순간 사안은 단순 협박이 아니라 재산범죄로 다뤄진다.
그렇다면 정당한 돈은 어떻게 요구해야 할까. 핵심은 '해악의 고지'로 읽힐 표현을 빼고, 기록이 남는 절차로 옮기는 것이다.
기준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다. 목적이 정당해도 상대를 겁주는 방식이면 위험하고, 청구가 서류와 법적 절차 위에 있으면 안전하다. 받을 돈이 있다는 확신이 클수록 감정이 아니라 절차로 증명하는 편이 결국 자신을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