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여서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는 처벌을 면한다. 다만 이 의사표시는 1심 판결 선고 전까지만 효력이 있고, 한 번 취하하면 같은 사건으로 다시 고소하거나 번복할 수 없다. 사과를 받고 취하하기 전에 죄명과 공범 여부, 합의서에 담을 조건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다. 형법 제312조 제2항은 명예훼손죄(제307조)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처벌할 수 없도록 정한다. 그래서 고소를 취하하거나 처벌불원 의사를 전하면, 가해자는 유무죄 판단을 받지 않고 사건에서 벗어난다.
시점에 따라 처리 방식이 갈린다. 검찰이 기소하기 전이라면 '공소권없음' 불기소 처분으로 수사가 끝난다. 이미 기소된 뒤라면 법원이 '공소기각' 판결로 재판을 종료한다. 둘 다 죄가 없다고 본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절차를 멈추는 것이다.
중요한 건 시한이다. 대법원은 처벌불원 의사나 고소 취소가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전달돼야 효력이 있다고 본다(2011도17264 판결). 선고가 난 뒤에 취하서를 내면 소용이 없다. 공소 제기 전에는 수사기관에, 제기 후에는 재판을 맡은 법원에 의사를 전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정해져 있다.

KATRIN BOLOVTSOVA
취하를 가볍게 봐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형사소송법 제232조는 "고소를 취소한 자는 다시 고소할 수 없다"고 못 박는다.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한 경우에도 같은 규정을 준용한다(같은 조 제3항).
즉 사과를 받고 한 번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도 같은 사건으로 다시 고소하거나 처벌을 요구할 수 없다. 대법원도 적법하게 이뤄진 취소는 뒤늦게 번복해도 효력이 없다고 본다. 합의가 깨지거나 가해자가 약속을 어겨도 형사 절차를 되살리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같은 다툼이라도 구체적인 '사실 적시'가 있었는지에 따라 죄명이 갈리고, 처리 방식도 달라진다. 모욕죄(형법 제311조)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 친고죄다.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기소할 수 있고, 범인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한다. 이 기간을 넘기면 처벌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 구분 | 명예훼손죄 | 모욕죄 |
|---|---|---|
| 성격 | 반의사불벌죄 | 친고죄 |
| 고소 없이 수사 | 가능 | 불가 |
| 고소기간 | 제한 없음 | 6개월 |
| 취하·불원 시 | 처벌 못 함 | 처벌 못 함 |
고소 없이도 수사가 시작되는 명예훼손과 달리, 모욕은 피해자가 6개월 안에 움직이지 않으면 처벌할 길이 사라진다. 내 사건이 어느 쪽인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순서대로 짚어보자. 첫째, 죄명을 확인한다. 명예훼손인지 모욕인지, 온라인 게시글이라면 정보통신망법상 사이버 명예훼손(제70조)인지에 따라 대응이 달라진다. 사이버 명예훼손도 반의사불벌죄지만 '비방할 목적'이라는 요건이 붙고 형량이 더 무겁다.
둘째, 가해자가 여러 명인지 본다. 친고죄는 공범 한 명에 대한 취하가 전원에게 미치지만, 반의사불벌죄인 명예훼손은 이 원칙이 준용되지 않는다(대법원 93도1689 판결). 한 사람과 합의해도 나머지 가해자에 대한 처벌 의사는 그대로 유지된다. 누구를 상대로 취하하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
셋째, 증거와 시점을 챙긴다. 취하는 1심 선고 전에만 효력이 있으니, 재판이 진행 중이라면 선고 일정을 염두에 둬야 한다. 게시글 캡처나 유포 범위 같은 증거는 합의가 틀어질 경우를 대비해 취하 전에 확보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취하는 보통 합의와 함께 이뤄진다. 합의서에는 다음을 담는 것이 좋다.
형사 합의와 민사 배상은 별개다. 합의서에 "민형사상 일체의 청구를 포기한다"고 적으면 나중에 손해배상을 따로 청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으니,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남기는지 문구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액수나 표현이 애매하다면 서명 전에 변호사의 검토를 받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