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9개월 딸을 방임해 숨지게 한 친모에게 법원은 검찰 구형 30년의 절반도 안 되는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형이 낮아 보이는 이유는 법원이 살해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아 아동학대살해가 아닌 아동학대치사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아동학대 사망 사건에서는 처벌 수위보다 살해 고의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가 형량을 가른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
생후 19개월 딸을 굶겨 숨지게 한 친모에게 인천지법 형사14부는 2026년 8월 21일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구형한 30년의 절반도 안 되는 형이다. 많은 사람이 "사람을 죽였는데 왜 살인이 아니냐"고 묻는데, 답은 법원이 적용한 죄명에 있다. 재판부는 아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아동학대치사)은 인정하면서도, 죽이려 했다는 '살해의 고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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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아동은 사망 당시 체중이 4.7kg으로, 또래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인은 영양결핍과 탈수였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친모는 그해 1월부터 우유와 이유식을 제대로 주지 않았고, 한 번에 최대 67시간 동안 음식을 주지 않았다. 아이가 숨지기 직전 닷새 동안에는 120시간 가운데 92시간을 홀로 두고 놀이동산과 찜질방 등을 다녔다. 방임 역시 명백한 아동학대 범죄다. 쟁점은 학대 여부가 아니라, 그 죽음에 '고의'가 있었느냐였다.
두 죄를 가르는 기준은 단 하나, 사망이라는 결과를 의도했거나 받아들였는지다. 처음부터 죽일 마음이 있었거나 "이러다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감수했다면(미필적 고의) 아동학대살해다. 반면 죽을 것까지는 예견하지 못한 채 학대로 사망을 초래했다면 아동학대치사가 된다.
법정형 차이도 크다.
| 죄명 | 법정형 | 사망에 대한 고의 |
|---|---|---|
| 아동학대살해 |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 | 있음(미필적 포함) |
| 아동학대치사 | 무기 또는 5년 이상 | 없음 |
| 살인죄(형법) |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 | 있음 |
검찰은 아동학대살해죄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이 부분을 무죄로 보고 치사죄만 유죄로 인정했다. 죄명이 바뀌면서 형을 정하는 출발선 자체가 달라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계선지능 수준이어서 양육에 대한 책임 인식과 지식이 부족했다는 임상심리평가를 근거로 들었다. 또 피고인이 고가의 분유를 사서 먹였고, 홈캠에는 이유식을 거부하면 분유를 주는 장면이 남아 있었다. 죽이려는 의도라기보다 '무엇을 어떻게 먹여야 하는지 잘못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방임의 심각성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살해 의도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구형은 검찰이 원하는 형을 밝히는 의견일 뿐, 법원을 구속하지 않는다. 이번처럼 법원이 검찰의 핵심 죄명(살해)을 무죄로 보면 형은 크게 내려간다. 검찰은 살해죄를 전제로 30년을 구했지만, 법원은 치사죄의 형량 범위 안에서 12년을 택했다. 구형과 선고의 간극은 감형이라기보다 죄명 판단이 갈린 결과에 가깝다.
아동학대 사망 사건의 형량은 대개 두 가지에서 갈린다. 하나는 살해의 고의를 검찰이 입증했는지, 다른 하나는 피고인의 지능·정신 상태 같은 사정이 고의 판단과 양형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다. 이번 판결은 1심이므로 검찰이 항소하면 상급심에서 고의 인정 여부가 다시 다퉈질 수 있다. 형이 낮다고 느껴진다면, 실제로 다퉈지는 지점은 '처벌 수위'가 아니라 '살해의 고의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라는 점을 함께 보는 편이 사건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