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의혹이 보도돼도 경찰이 바로 수사에 들어가지 않는 것은, 수사 착수에 '범죄를 의심할 구체적 단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013년 친고죄 폐지로 고소가 없어도 수사는 가능하지만, 고소 유무와 단서 유무는 별개이며 단서가 잡히면 입건 전 조사를 거쳐 정식 수사로 넘어간다. 피해를 신고하려는 사람은 기록과 증거 보존, 112·1301·1366 창구를 미리 알아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언론에 어떤 인물의 성범죄 의혹이 보도돼도 경찰이 곧바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왜 수사를 안 하느냐"는 의문이 나오지만, 여기에는 절차상의 이유가 있다. 수사를 시작하려면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볼 만한'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단서는 고소, 고발, 자수, 신고, 그리고 인지다. 이 가운데 인지는 수사기관이 스스로 범죄 혐의를 포착하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막연한 소문이나 출처가 불분명한 의혹만으로는 '혐의'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근거로 강제수사에 들어가면 그 자체가 인권 침해가 될 수 있다.

Gu Ko
흔한 오해가 하나 있다. 피해자의 고소가 없으면 성범죄를 수사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2013년 6월 19일부터 성범죄의 친고죄 조항이 폐지돼, 피해자의 고소나 합의가 없어도 신고나 수사기관의 인지로 수사를 시작할 수 있다.
즉 '고소가 없다'는 것과 '수사할 단서가 없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친고죄가 사라졌어도 수사를 개시하려면 여전히 범죄를 의심할 만한 구체적 정황이 있어야 한다. 의혹 보도만으로 수사가 시작되지 않는 이유는 고소 유무가 아니라 이 단서의 유무에 있다.
그렇다고 경찰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정식 수사에 앞서 '입건 전 조사'라는 단계가 있다. 과거 '내사'로 불리던 절차로, 2021년에 명칭이 바뀌었다. 입건하기 전에 범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는지, 수사를 개시할지를 판단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조사다.
이 단계에서 신고나 진술, 물증 같은 구체적 단서가 확보되면 사건은 정식으로 입건되고 수사로 전환된다. 반대로 확인 결과 혐의를 인정할 근거가 없으면 입건 없이 종결되기도 한다. 2021년 경찰은 이 절차를 정식 수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보고와 지휘, 통지를 강화했다. 은밀하게 조사한다는 오해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 단계 | 상태 | 경찰 대응 |
|---|---|---|
| 의혹·소문 | 혐의 불특정 | 수사 착수 곤란 |
| 단서 확보 | 정황 존재 | 입건 전 조사 |
| 혐의 인정 | 입건 | 정식 수사 |
결국 수사를 움직이는 건 구체적 단서다. 피해를 신고하려는 사람이라면 다음을 챙기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신고가 곧 처벌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구체적 진술과 증거가 모일수록 수사기관이 '혐의 있음'으로 판단할 근거는 분명해진다. 의혹이 수사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결국 이 단서들이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