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은 출국하더라도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한국 형법의 처벌 대상이 된다. 다만 재판과 형 집행에는 신병 확보가 필요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범죄인 인도라는 국제공조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중 범죄인 인도조약이 있어도 자국민 불인도와 각국 재량 탓에 송환이 늦어질 수 있어, 상대국의 대응 속도를 지켜봐야 한다.
한국 땅에서 벌어진 범죄는 범인의 국적과 상관없이 우리 형법으로 처벌한다. 형법 제2조는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형법을 적용한다고 정한다. 이른바 속지주의다.
그래서 분당 중식당 사건처럼 무비자로 들어온 외국인이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가 이미 본국으로 돌아갔더라도 처벌 대상이라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다만 처벌하려면 재판을 해야 하고, 재판과 형 집행에는 피고인의 신병이 필요하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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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가 국외로 빠져나가면 수사기관은 대개 사건을 '기소중지' 상태로 돌려 둔다. 사건을 종결한 것이 아니라, 신병을 확보할 때까지 처분을 미뤄 두는 것이다. 공소시효는 그동안에도 흐르지만, 범인이 국외에 있는 기간에는 시효 진행이 정지된다.
수사기관이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증거를 확정하고 혐의를 정리해 두는 데까지다. 정작 조사와 재판의 핵심인 당사자가 국경 밖에 있으면, 그다음은 국내 사법절차가 아니라 국제공조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분당 사건에서 경찰이 밝힌 "국제사법공조 추적"이라는 표현이 바로 이 단계를 가리킨다.
해외로 도피한 피의자를 붙잡기 위한 가장 강한 수단으로 꼽히는 것이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의 적색수배다. 적색수배는 전 세계 인터폴 회원국 경찰에 특정 인물의 소재 파악과 체포 협조를 요청하는 절차다. 검거와 송환을 목적으로 한다.
다만 적색수배가 곧바로 체포 명령은 아니다. 각국 경찰이 자국 법에 따라 신병을 확보한 뒤, 이를 우리 측에 넘길지는 다시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수배가 내려졌다는 사실과 실제 송환이 이뤄지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뜻이다.
도피한 범인을 실제로 데려오려면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한국과 중국은 2000년 10월 18일 범죄인 인도조약에 서명하고 2002년 4월 12일부터 발효시켰다. 조약은 양국 모두 1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범죄를 인도 대상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사안이 이 기준을 넘는 범죄라면 조약상 인도를 청구할 근거는 마련돼 있다. 조약이 있다는 점은 아무 협정도 없는 나라로 도피한 경우보다는 유리한 조건이다.
그럼에도 송환이 빠르게 이뤄지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첫째, 범죄인 인도는 국제법상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의무가 아니라 각국의 재량으로 다뤄지는 영역이다. 둘째, 한중 조약은 자국민에 대한 인도 청구를 거절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 경우 인도 대신 자국 사법당국이 기소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 법정에 세우는 일은 어려워진다.
여기에 소재 파악, 신원 확인, 상대국 내부 절차를 거치는 과정이 더해지면 시일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무비자로 들어온 경우 입국 기록은 남지만, 일단 출국하면 신병은 상대국 협조 없이는 손댈 수 없다.
정리하면 이렇다. 국내에서 저지른 범죄는 출국해도 처벌 대상이라는 원칙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원칙을 실제 처벌로 옮기는 마지막 단계, 즉 신병 확보는 상대국의 협조와 재량에 달려 있다. 이번 사건 역시 관건은 혐의 입증보다 중국 측이 인도 청구에 어떻게 응하느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공조의 진행 속도와 상대국 대응을 함께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