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참사 뒤 책임은 형사처벌, 국가·지자체 배상, 피해자 인정·지원이라는 서로 다른 절차로 나뉘어 각각 다른 것을 묻는다. 이태원 참사에서도 1심 형사재판 결과가 책임자별로 엇갈렸고, 국가배상 소송과 특별법에 따른 피해자 인정은 별도로 진행된다. 뉴스에서 '무죄·유죄' 소식을 볼 때는 그것이 어느 절차의 결과인지, 다른 절차와 어떻게 다른지 구분해 읽어야 한다.

대형 참사가 벌어지면 '누가 책임지나'라는 질문이 따라붙는다. 그런데 이 책임은 한 갈래가 아니다. 관리 주체를 처벌하는 형사책임, 국가와 지자체가 물어주는 국가배상, 피해자를 인정하고 지원하는 절차가 각각 따로 굴러간다. 세 절차는 서로 다른 것을 묻기 때문에, 한 재판의 결과가 다른 절차의 결론을 뜻하지 않는다. 이태원 참사 4주기를 맞아 관련 소식이 다시 전해지는 지금, 뉴스에서 재판·인정 소식을 볼 때의 기준을 정리했다.
| 구분 | 무엇을 묻나 | 근거 법 | 판단 주체 |
|---|---|---|---|
| 형사책임 | 개인이 주의의무를 어겼나 | 형법(업무상과실치사상) | 검찰·형사법원 |
| 국가배상 | 국가가 보호의무를 다했나 | 국가배상법·재난안전법 | 민사법원 |
| 피해자 인정 | 누구를 어떻게 지원하나 | 이태원 참사 특별법 | 심의 절차 |
형사재판은 특정 책임자가 예견 가능한 위험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사상자를 냈는지를 따진다. 업무상과실치사상 같은 혐의다. 입증 기준이 높아, 같은 참사라도 직급과 권한에 따라 결론이 갈린다.
이태원 참사 1심(2024년 9월 30일, 서울서부지법)이 그랬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참사를 예견하고 조치할 의무가 있었다는 이유로 금고 3년을 받았다. 반면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무죄였다. 재판부는 행정기관에 인파를 통제하거나 밀집 군중을 해산할 권한이 없고, 자치구의 주의의무도 추상적이라고 봤다. 상급자였던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도 무죄였고, 검찰과 피고인 측 모두 항소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무죄'의 의미다. 형사 무죄는 책임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처벌에 필요한 구체적 권한과 의무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가깝다.

Sora Shimazaki
국가배상은 질문 자체가 다르다. 개인을 처벌하느냐가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가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할 의무를 다하지 못해 손해를 끼쳤느냐를 묻는다.
근거는 국가배상법이다.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나 과실로 법령을 어겨 손해를 입혔다면 국가나 지자체가 배상한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안전관리체계를 세울 의무를 다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된다.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대책과 경찰 배치가 미흡했다는 점이 과실로 거론됐고, 피고로는 국가와 서울시, 용산구가 함께 지목됐다.
기준이 형사와 다르기 때문에, 형사에서 무죄가 나와도 국가배상 책임은 인정될 수 있다. 참고로 2001년 일본 아카시 불꽃축제 압사 사고에서는 지자체와 경찰의 책임을 인정해 2005년 배상이 이뤄진 선례가 있다.
세 번째 갈래는 처벌도 배상 소송도 아닌, 피해자를 인정하고 지원하는 절차다.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근거다. 이 법은 희생자 유가족 외에 부상자 등도 피해자로 인정 대상에 두고, 심의를 거쳐 의료·심리 지원 등을 제공한다. 특별조사위원회는 진상규명을 맡는다.
2026년 2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보완 내용을 담았다. 언론이나 정보통신망을 통한 2차 가해, 즉 희생자·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을 금지했다. 피해자 인정 신청 기한은 특별조사위 활동 종료 후 6개월 이내인 2027년 3월 15일까지로 늘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배상과의 연결이다. 개정안은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5년'으로 정했다. 민법의 3년보다 길다. 특별법으로 피해자 인정과 지원을 받더라도 금전 배상은 국가배상 소송을 따로 거쳐야 하는데, 이 소멸시효 연장이 그 소송에 필요한 시간을 벌어준다.
재판·인정 소식을 볼 때는 아래를 먼저 구분하면 혼선을 줄일 수 있다.
세 갈래는 서로를 대신하지 않는다. 한 곳의 결과만 보고 '책임이 다 가려졌다' 또는 '아무 책임이 없다'고 읽으면, 나머지 두 절차에서 여전히 다퉈지는 책임을 놓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