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공원에서 진행된 약 247만 장의 투표지 확인은 특검 수사의 일환으로, 재검표가 아니어서 당선 결과를 바꾸지 않는다. 선거 결과를 법적으로 다투려면 이와 별개로 법원의 증거보전을 거쳐 대법원 선거소송에서 다퉈야 한다. 검증에서 이상이 나와도 선거무효는 결과에 영향을 준 하자를 소 제기 측이 증명해야 인정되므로, 수사 결과와 소송 판단을 나눠서 봐야 한다.

10월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약 247만 장의 투표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13시간가량 이어졌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특검팀이 진행한 것으로, 검찰 110여 명과 선관위 직원 500여 명이 참여했다.
여기서 먼저 짚어야 할 것이 있다. 특검은 이 작업을 "수사의 일환"이라고 설명했고, 재검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즉 이번 확인으로 당선인이나 득표수가 바뀌지는 않는다. 의심스러운 투표지를 가려내 2차 검토 대상으로 분류했을 뿐, 그 자체가 선거 결과에 대한 판단은 아니다.
개표 의혹을 법적으로 이해하려면 검증이라는 말에 서로 다른 절차가 섞여 있다는 점을 구분해야 한다. 형사 수사, 법원의 증거보전, 선거소송에서의 투표지 검증은 주체도 효과도 다르다.

Mikhail Nilov
선거 결과를 법적으로 다투는 길은 수사와 별개로 움직인다. 그 출발점이 증거보전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개혁신당 김정철 서울시장 후보 측은 6월 8일 투표함 등에 대한 증거보전을 신청했고, 서울동부지법은 다음 날 일부를 받아들였다.
법원이 보전 대상으로 정한 것은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나온 '인쇄매수 1900매' 표기 보관 상자와 투표소 폐쇄회로 영상 등이다. 반면 다른 투표소의 투표지 신청은 증명하려는 사실과의 관련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증거보전 단계에서 이미 법원이 들여다볼 대상을 선별한다는 뜻이다.
증거보전은 본안 소송 전에 훼손되거나 사라질 우려가 있는 증거를 미리 확보하는 절차다. 법관이 현장에 나가 대상물을 확인하고 봉인하면, 그 증거는 판결 때까지 보관된다. 중요한 것은 이 단계에서 법원이 부정이 있었는지를 판단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투표지가 실제로 다시 세어지는 것은 그다음, 선거소송 단계다. 선거의 효력을 다투는 선거무효소송은 공직선거법 제222조에 따라 선거구 선관위원장을 상대로 대법원에 내며, 단심으로 끝난다. 지방선거는 선거일부터 14일 안에 중앙선관위 소청을 먼저 거쳐 불복 시 소송으로 넘어간다.
이 소송 안에서 투표지 검증과 재검표는 '증거조사'의 하나다. 당사자가 신청하고 법원이 필요하다고 보면 봉인을 풀어 투표지를 다시 확인한다. 검증은 사실을 확인하는 수단이지, 그 결과가 곧 판결은 아니라는 점이 핵심이다.
재검표나 검증에서 일부 오류나 이상이 나오더라도 선거가 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선거무효가 인정되려면 그 하자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정도여야 하고, 이를 증명할 책임은 소송을 낸 쪽에 있다. 제21대 총선 무효소송에서 대법원은 선관위 서버 등에 대한 현장검증까지 거쳤지만, 원고가 증명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보고 청구를 기각했다.
그래서 지금 확정된 것은 많지 않다. 특검의 투표지 확인은 수사 자료일 뿐이고 상당수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알려졌다. 봉인된 자료가 선거소송으로 이어질지, 소송에서 어떤 판단이 나올지도 아직 열려 있다.
개표 의혹 보도를 볼 때 기준은 단순하다. '검증했다'는 사실과 '무효라고 판단했다'는 결론은 다른 단계의 이야기다. 수사 결과 발표, 증거보전된 자료의 처리, 그리고 선거소송이 제기될 경우 대법원의 판단, 이 세 가지를 따로 확인하는 편이 혼선을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