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하게 신고된 집회로 인한 단순 이동 지연은 위법성이 없어 사실상 배상받기 어렵다. 배상 가능성은 그 집회가 신고 범위를 벗어난 불법 집회였는지, 그리고 추가 교통비나 위약금 같은 구체적 금전 손해를 입증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피해를 봤다면 집회의 신고 여부부터 확인하고, 손해를 증명할 증거를 남겨 두는 것이 먼저다.
광복절 도심 집회로 버스가 우회하고 택시가 세종대로에서 멈춰 섰다면, 그 불편을 돈으로 돌려받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집회가 경찰에 신고된 범위 안에서 진행됐다면, 그로 인한 이동 지연은 법적으로 '배상해야 할 손해'로 인정되지 않는다.
핵심은 두 가지다. 그 집회가 합법이었는지, 그리고 당신이 입은 손해를 숫자로 증명할 수 있는지. 둘 다 충족돼야 배상을 말할 수 있고, 단순히 '늦었다'는 것만으로는 어느 쪽도 채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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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시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라, 도로를 일부 점용하는 것 자체가 곧바로 불법은 아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2조는 관할 경찰서장이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보면 집회를 금지하거나, 차로 수를 제한하고 경로를 바꾸는 등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2026년 8월 15일 서울 도심에서도 진보 진영의 자주평화대행진이 광화문에서 서울광장을 거쳐 숭례문 방향으로, 보수 진영 집회가 광화문역 인근에서 각각 열리며 세종대로 일부가 통제됐다. 주최 측이 이 경로와 시간을 미리 신고하고 경찰이 부과한 조건을 지켰다면, 그 범위의 도로 점용은 적법한 권리 행사에 해당한다.
선을 넘는 순간은 명확하다. 신고 없이 차로로 뛰어들어 행진하거나, 신고한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거나, 경찰이 붙인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해 차량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만들면 형법 제185조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
반대로 법원은 집회의 자유를 행사하다 필연적으로 생기고 피하기 어려운 정도의 교통 방해는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정당행위로 보아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목적을 이루는 데 필요한 합리적 범위에서 사회통념상 받아들일 수 있는 불편이라면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심지어 경찰 차벽으로 이미 차가 다닐 수 없게 된 도로를 점거한 경우는 교통방해로 보지 않은 판례도 있다.
즉 같은 '길 막힘'이라도, 합법 집회의 부수적 불편이냐 신고를 벗어난 불법 행위냐에 따라 법적 평가가 정반대로 갈린다.
민사 배상은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 책임에서 출발한다. 성립하려면 상대의 고의·과실에 의한 위법한 가해 행위, 실제 발생한 손해, 그리고 그 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모두 있어야 하고, 이를 증명할 책임은 배상을 청구하는 사람에게 있다.
적법한 집회라면 첫 관문인 '위법성'부터 막힌다. 위법하지 않은 권리 행사에는 배상 의무가 붙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집회가 불법이었다 해도, 개인이 겪은 '이동 지연' 자체는 손해액을 얼마로 볼지, 그 지연이 정확히 그 집회 탓인지를 입증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도심 교통 혼잡에는 연휴·날씨·다른 통제 등 원인이 섞여 있어 인과관계를 특정하기 힘들다.
현실적으로 배상 문턱을 넘는 쪽은 '지연'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금전 손해가 있는 경우다. 불법 점거로 상점이 문을 닫아 생긴 영업손실, 물건이 부서진 재물손괴, 몸을 다친 상해처럼 금액과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짚을 수 있는 피해라야 청구의 실익이 생긴다.
순서가 있다. 먼저 문제의 집회가 신고된 것이었는지, 신고 범위 안에서 진행됐는지를 확인한다. 관할 경찰서에 문의하면 신고 여부 자체는 파악할 수 있다. 합법 집회로 확인되면 배상보다는 다른 길을 찾는 편이 현실적이다.
불법 소지가 있고 실제 금전 손해를 봤다면, 증거를 남기는 게 관건이다. 추가로 낸 교통비 영수증, 취소된 예약의 위약금 내역, 피해 시각과 상황을 담은 사진과 영상, 영업 중단이라면 매출 기록을 확보해 둔다. 손해액과 시점이 구체적일수록 청구의 근거가 단단해진다.
폭행을 당했거나 물건이 부서진 경우는 민사 배상과 별개로 형사 고소가 가능하다는 점도 기억할 만하다. 다만 소액의 이동 지연 하나로 소송까지 가는 것은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실익이 크지 않다. 배상이라는 카드는 '불법성'과 '증명 가능한 손해'가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