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2심에서 정의용·서훈은 1심 선고유예에서 집행유예로, 노영민은 무죄로 결론이 갈렸다. 세 결론은 처벌 수위만 다른 게 아니라 유죄 인정 여부와 전과·공직 제한 효과가 서로 다르다. 형 종류가 바뀐 뉴스를 볼 때는 유죄 여부, 유예기간 길이, 확정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실제 불이익을 알 수 있다.
2026년 10월 21일 서울고등법원은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항소심에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년 8개월 전인 2025년 2월 1심은 같은 두 사람에게 '징역 10개월의 선고유예'를 내렸다. 함께 기소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1심 선고유예에서 2심 무죄로 바뀌었다.
같은 혐의를 두고 선고유예, 집행유예, 무죄가 한 사건에서 모두 나온 셈이다. 세 결론은 교도소에 가느냐 마느냐만 다른 게 아니다. 유죄로 보느냐, 전과가 남느냐, 공직과 자격에 제한이 걸리느냐가 각각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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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유예는 유죄를 인정하되 형의 선고 자체를 미루는 제도다. 형법 제59조는 1년 이하의 징역·금고, 자격정지, 벌금을 선고할 경우에 뉘우치는 정상이 뚜렷하면 형의 선고를 유예할 수 있다고 정한다. 비교적 가벼운 사건에만 쓸 수 있고, 자격정지 이상의 전과가 있으면 받을 수 없다.
핵심은 기간이다. 형법 제60조에 따라 선고유예를 받은 날부터 2년이 지나면 면소된 것으로 본다. 즉 2년을 무사히 넘기면 '징역 몇 개월'이라는 형 자체가 선고된 적 없는 상태가 된다. 1심이 정의용·서훈에게 매긴 '징역 10개월'도 이 방식이었다. 유죄는 맞지만, 가장 가벼운 유죄 처분으로 분류된다.
집행유예는 형을 구체적으로 정한 뒤 그 집행만 일정 기간 미루는 제도다. 형법 제62조는 3년 이하의 징역·금고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할 때 정상참작 사유가 있으면 1년에서 5년 사이의 기간 동안 집행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한다. 2심이 정의용·서훈에게 내린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이 여기에 해당한다.
유예기간을 문제없이 넘기면 형 선고의 효력은 사라진다. 다만 '형이 선고됐다'는 사실 자체는 지워지지 않는다. 선고유예와 집행유예 모두 유예기간 뒤에 효력이 없어진다는 점은 같지만, 집행유예는 형량이 확정적으로 정해진다는 점에서 한 단계 무거운 유죄다. 정의용·서훈 입장에서 2심은 형량이 올라간 것이기도 하다.
무죄는 이 둘과 성격이 다르다. 범죄가 성립하지 않거나 증명되지 않았다는 판단이어서 애초에 유죄가 아니다. 노영민 전 실장의 2심 무죄가 이 경우로, 재판부는 북송 결정에 공모하거나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구분 | 선고유예 | 집행유예 | 무죄 |
|---|---|---|---|
| 유죄 여부 | 유죄 인정 | 유죄 인정 | 유죄 아님 |
| 형량 | 선고 보류 | 구체적으로 정함 | 없음 |
| 유예기간 | 2년 고정 | 1~5년 | 해당 없음 |
| 기간 경과 후 | 면소 간주 | 선고 효력 상실 | 처음부터 무죄 |
선고유예와 집행유예는 둘 다 '시간이 지나면 효력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유죄로 다뤄진 사실은 남는다. 무죄만이 유죄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실생활에 가장 크게 닿는 부분은 공직과 자격 제한이다. 국가공무원법 제33조는 금고 이상의 형을 기준으로 임용 결격 사유를 나눠 둔다. 집행유예는 선고받고 유예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않으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 선고유예는 그 선고유예 기간, 즉 2년 동안만 결격이다. 같은 유예라도 집행유예 쪽 제한이 더 길게 이어진다.
이미 재직 중인 공무원이라면 계산이 또 달라진다. 일반 범죄의 선고유예만으로는 원칙적으로 당연퇴직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선고유예만으로도 퇴직시켰지만 헌법재판소가 이를 위헌으로 보고 법이 바뀌었다. 반면 금고 이상의 집행유예는 당연퇴직 사유로 남아 있다. 변호사, 교사 등 다른 자격에서도 집행유예가 선고유예보다 무겁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항소심에서 형의 이름이 달라졌다는 소식을 봤을 때는 수위가 올랐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선고유예에서 집행유예로 바뀌었다면 처벌이 가벼워진 게 아니라 오히려 무거워진 것이다. 반대로 집행유예에서 무죄로 바뀌었다면 유죄 판단 자체가 뒤집힌 것이다.
확인할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유죄 인정 여부가 바뀌었는지, 아니면 유죄는 그대로이고 형의 종류만 바뀌었는지 구분한다. 둘째, 유예기간이 몇 년인지 본다. 선고유예는 2년으로 고정이고 집행유예는 1~5년 사이에서 정해진다. 셋째, 그 판결이 확정됐는지 확인한다. 상고심이 남아 있다면 유예의 효력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 공무원 임용이나 자격 문제가 걸려 있다면, 형이 금고 이상인지와 유예기간 중인지를 함께 따져야 실제 불이익을 가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