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한 이식외과의가 수술 중 마취된 환자의 간에 자신의 이니셜을 새겨 폭행죄로 벌금형을 받고 면허까지 박탈됐다. 한국에서 환자 동의 없이 신체에 이런 행위를 하면 형사(상해죄 적용 여부는 논쟁 중)·민사(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위자료)·행정(자격정지에서 면허취소) 책임이 각각 문제 될 수 있다. 피해가 의심되면 의료법 제21조에 따라 진료기록 사본부터 확보하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에서 상담하는 것이 첫 단계다.

영국의 한 이식외과의는 2013년 간이식 수술 도중 마취된 환자 두 명의 간에 전기소작 장비로 자신의 이니셜을 새겼다. 다른 의사가 후속 수술에서 그 흔적을 발견하면서 드러났다. 검찰은 임상적 이유가 전혀 없고 환자 동의도 없었다고 봤고, 이 의사는 폭행 혐의로 벌금 1만 파운드와 사회봉사 명령을 받은 뒤 2022년 면허까지 박탈됐다.
국내에서 똑같은 사건이 확인된 적은 없다. 다만 이 사례는 한 가지 질문을 분명히 던진다. 환자 몸에 동의 없는 행위를 하면, 한국 법에서는 어떤 책임을 지는가. 형사·민사·행정 세 갈래로 나눠 보면 윤곽이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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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은 몸을 째는 행위다. 원래 상해에 해당할 일이 처벌되지 않는 건 환자의 동의와 치료 목적이라는 정당화 사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 범위를 벗어나면 정당화가 사라진다.
실제로 2015년 운동선수에게 동의 없이 약물을 주사한 의사가 상해죄로 기소돼, 의료행위에 상해죄를 적용한 사례로 보도됐다. 다만 동의 없는 침습에 상해죄가 성립하는지는 아직 논쟁적이다. 검찰은 구체적 상해 행위와 고의가 모두 인정돼야 한다고 보는 반면, 피해자 측은 동의 없이 몸에 손을 대는 것 자체가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반박한다. 확정된 기준이라기보다 사안마다 다투어지는 영역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형사보다 현실적인 경로는 민사 손해배상, 특히 위자료다.
핵심은 설명의무다. 의료법 제24조의2는 수술 등의 위험과 방법을 환자에게 설명하도록 명문으로 정하고 있다. 법원은 동의서에 서명이 있었는지보다 서명에 앞서 실질적인 설명이 있었는지를 본다. 즉 동의서를 받았더라도 설명이 부실했다면 병원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동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다만 손해배상에서는 그 행위와 실제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함께 따져진다.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돼도 배상 범위는 사안에 따라 달라진다.
세 번째는 면허에 대한 처분이다. 의료법은 비도덕적이거나 품위를 크게 떨어뜨리는 진료행위에 자격정지를 둘 수 있고,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중대한 경우에는 면허취소까지 가능하다. 앞서 영국 사례에서 처음에는 정직에 그쳤다가 결국 면허가 박탈된 흐름과 비슷한 단계로 이해하면 된다. 다만 처분 수위는 행위의 중대성과 고의 정도에 따라 갈린다.
책임을 따지기 전에 사실관계를 손에 쥐어야 한다. 순서는 이렇다.
기록을 확보한 뒤에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중재를 신청하거나, 법률 상담을 통해 민형사 대응을 검토할 수 있다. 범죄 혐의가 뚜렷하다면 수사기관 고소도 선택지다.
정리하면, 동의 없는 신체 침습에 형사책임을 묻는 길은 아직 다툼이 많지만,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민사 배상과 면허 처분은 비교적 다퉈볼 여지가 넓다. 어느 쪽이든 출발점은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