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벌금 약식명령에 정식재판을 청구해도 벌금 액수 자체는 올라갈 수 있게 됐다. 예전의 불이익변경금지가 형종상향금지로 바뀌면서 형의 종류만 무거워지지 않을 뿐, 같은 벌금형 안에서 금액은 늘 수 있다는 뜻이다. 다툴 사실관계나 감경 사유가 분명한지 따져본 뒤, 고지받은 날부터 7일 안에 청구 여부를 정해야 한다.

약식명령서를 받아 들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벌금 액수가 아니라 날짜다. 정식재판청구는 약식명령을 고지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서면으로, 그 약식명령을 낸 법원에 내야 한다. 이 기간을 넘기면 약식명령은 그대로 확정돼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피고인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변호인도 포함된다. 만약 자기 잘못이 아닌 사유로 7일을 놓쳤다면 정식재판청구권 회복청구라는 별도 절차가 있지만, 이는 예외적인 구제 수단이다. 기본은 7일이라고 보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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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식명령은 법정을 열지 않는다. 검사가 낸 서류만 보고 판사가 벌금, 과료, 몰수를 정하는 서면 심리다. 벌금·과료에 처할 수 있는 비교적 가벼운 사건에서, 당사자를 부르지 않고 신속하게 끝내려는 절차다.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이 사건이 통상의 공판절차로 넘어간다. 공개된 법정에서 피고인이 출석해 진술하고, 증거를 다시 다투며, 증인을 부를 수도 있다. 서류만으로는 전달되지 않던 사정을 판사 앞에서 직접 설명할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억울하게 사실관계가 잘못 잡혔거나, 참작할 만한 사정이 서류에 담기지 않았다면 이 차이가 크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오해한다. "정식재판 가면 손해는 없다"는 말은 이제 맞지 않는다.
2017년 12월 개정 전까지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돼, 정식재판을 청구해도 약식명령보다 무거운 형은 선고할 수 없었다. 벌금 액수조차 올릴 수 없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가 형종상향금지 원칙으로 바뀌면서 기준이 달라졌다.
지금은 '형의 종류'만 무거워지지 않는다. 벌금을 징역으로 바꾸는 것은 여전히 금지된다. 그러나 같은 벌금형 안에서 금액을 올리는 것은 가능해졌다. 법원이 정식재판에서 약식명령보다 높은 벌금을 선고할 수 있고, 이때는 판결서에 양형 이유를 적도록 하고 있다. 100만 원 약식명령에 불복했다가 법정에서 150만 원을 선고받는 상황이 제도상 가능해진 것이다.
그래서 판단 기준은 감액 기대가 아니라 다툴 거리가 있느냐다.
청구를 정하기 전 스스로 확인할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인정된 사실관계가 실제와 다른가. 둘째, 무죄나 혐의 축소를 뒷받침할 증거나 증인이 있는가. 셋째, 반성·합의·피해 회복처럼 서면에는 담기지 못했지만 법정에서 밝힐 감경 사유가 있는가. 이 중 하나라도 뚜렷하다면 정식재판은 의미가 있다.
반대로 혐의는 대체로 인정되는데 액수만 낮춰보려는 목적이라면, 오히려 벌금이 오를 위험을 감수하는 셈이 된다. 검사도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고, 법정에서는 양측 주장과 증거가 다시 검토되기 때문에 결과를 미리 장담하기 어렵다.
청구한 뒤 마음이 바뀌었다면 방법은 있다. 정식재판청구는 제1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취하할 수 있다. 다만 취하하면 약식명령이 그대로 확정되므로, 취하 시점의 상황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
정리하면, 다툴 근거가 분명하고 법정에서 설명할 사정이 있을 때 정식재판은 제 역할을 한다. 단순히 벌금을 깎을 요량이라면, 액수가 오를 수 있다는 점을 먼저 계산에 넣는 편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