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무기징역은 20년을 복역하면 가석방 심사를 받을 수 있고, 2017년 이후 무기수 151명이 실제로 풀려났다. 가석방 없는 무기형은 이 가능성 자체를 없애는 형벌이지만, 지금 형법에는 존재하지 않는 형종이라 도입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위헌 논란과 사형제 쟁점이 얽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이므로, 발의 뉴스와 실제 시행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흉악범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평생 사회와 격리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행 형법에서 무기징역은 그런 뜻이 아니다. 형법 제72조는 무기형을 선고받아도 20년을 복역하면 가석방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처음부터 '풀려날 가능성'이 열려 있는 형벌인 셈이다.
이 가능성은 서류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영교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2026년 9월까지 무기징역 수형자 151명이 실제로 가석방됐다. 이 가운데 144명, 전체의 95%가 살인·강도살인·존속살해·강간살인 같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이었다. '가석방 없는 무기형' 논의가 되풀이되는 배경이 바로 이 숫자다.

성두 홍
다만 20년을 채웠다고 자동으로 석방되는 것은 아니다. 가석방은 교정시설의 장이 적격심사를 신청하면, 가석방심사위원회가 범행 동기와 수용 태도, 재범 위험성 등을 따져 판단하고, 마지막에 법무부 장관이 허가하는 단계를 거친다. 전제 조건도 있다. 복역 태도가 양호하고 뉘우침이 뚜렷해야 한다.
이 기준은 한 차례 강화된 적이 있다. 2010년 개정으로 무기형의 가석방 가능 시점이 10년에서 20년으로 늘었다. 지금 논의되는 '가석방 없는 무기형'은 이 20년이라는 문턱을 더 올리자는 것이 아니라, 문턱 자체를 없애자는 제안이다.
핵심 차이는 간단하다. 현행 무기징역이 20년 뒤 가석방 가능성을 남겨 두는 반면, 가석방 없는 무기형은 그 가능성을 처음부터 봉쇄한다.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한국에서 진짜 의미의 종신형을 만들자는 취지다.
문제는 이 형벌이 지금 법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2023년,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은 형법·형사소송법·형집행법 어디에도 형의 종류로 규정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판사가 판결로 '가석방을 허용하지 말라'는 취지를 덧붙일 수는 있어도, 그것을 강제하는 형벌 자체는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도입하려면 형법에 새로운 형의 종류를 신설하는 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법 개정이 간단치 않은 데는 세 가지 쟁점이 있다.
첫째는 위헌 논란이다. 교화와 사회 복귀 가능성을 완전히 닫는 형벌이 인간의 존엄에 어긋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법원행정처는 선진국에서 위헌 소지를 이유로 이 제도를 폐지하는 추세라고 봤다. 실제로 독일은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없애고, 재범 위험이 있는 사람을 기간 제한 없이 가두는 보호수용제도로 대체했다.
둘째는 사형제와의 관계다. 한국은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종신형 도입을 사형 폐지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과, 사형을 유지한 채 종신형만 더하자는 주장이 맞선다.
셋째는 확대 우려다. 흉악범에 한정해 시작한 제도가 다른 범죄로 넓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이 주제는 '발의'와 '시행'을 섞어 읽으면 오해하기 쉽다. 2023년 법무부가 만든 정부안은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제출됐지만 반대 여론 속에 폐기됐고, 2024년 9월 서영교 의원이 비슷한 법안을 다시 대표발의했다. 그 이후의 심사 진행 상황은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정리하면 이렇다. 지금 확정된 사실은 현행 무기징역이 20년 뒤 가석방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가석방 없는 무기형은 아직 법에 없다는 것 두 가지다. '종신형 추진' 같은 헤드라인을 볼 때는, 그것이 통과된 제도가 아니라 국회 문턱 앞에 있는 제안이라는 점을 함께 떠올리는 편이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