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를 살해하고 시신을 캐리어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대구지법은 1심에서 징역 45년을 선고했다. 구형은 검사의 의견일 뿐이고 형량은 법정형과 양형기준, 가중·감경 요소를 거쳐 법원이 정하므로 두 숫자는 자주 갈린다. 살인과 사체유기가 함께 기소되면 경합범 가중으로 형이 올라갈 수 있고, 유족은 직접 항소할 수 없어 의견진술과 배상명령 같은 제도로 재판에 참여한다.

대구지법 형사13부는 장모를 살해하고 시신을 여행용 캐리어에 담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조모 씨에게 1심에서 징역 45년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은 무기징역이었다. 출소 뒤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붙이라는 명령도 함께 내려졌다.
구형과 선고가 다른 데 놀라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둘은 성격이 다르다. 구형은 검사가 '이 정도 형이 맞다'고 재판부에 밝히는 의견이고, 선고는 판사가 심리 전체를 따져 실제로 정하는 형이다. 구형은 법원을 구속하지 않는다. 그래서 구형보다 낮게도, 때로는 높게도 선고된다.

Christian Wasserfallen
판사가 형을 정하는 데는 정해진 순서가 있다.
먼저 법정형을 본다. 이번처럼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존속살해는 형법상 사형,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정해져 있다. 일반 살인(5년 이상)보다 하한이 높다.
다음은 대법원 양형기준이다. 살인은 동기에 따라 유형을 먼저 나눈 뒤, 특별양형인자를 따져 감경·기본·가중 영역을 정한다. 잔혹한 범행 수법은 형을 올리는 쪽이고, 심신미약이나 피해자 측 귀책 사유는 내리는 쪽이다.
마지막으로 그 영역 안에서 반성 여부, 전과, 피해 회복 같은 일반 요소를 더해 최종 형을 정한다. 구형은 이 전 과정에 참고될 뿐, 결론을 대신하지 않는다.
한 가지 덧붙이면, 양형기준은 판사를 법적으로 구속하지는 않는다. 다만 기준에서 벗어난 형을 선고할 때는 그 이유를 판결문에 적어야 한다. 그래서 중형 사건일수록 판결문의 양형 이유를 읽으면 숫자가 왜 그렇게 나왔는지 따라갈 수 있다.
시신 유기는 살인과 별개로 처벌되는 범죄다. 두 죄가 함께 유죄로 인정되면 경합범이 되어, 형법은 가장 무거운 죄의 형기 장기에 2분의 1까지 더할 수 있게 한다.
유기징역의 원칙적 상한은 30년이다. 그러나 이렇게 가중되는 경우 최대 50년까지 올라간다. 45년이라는 숫자가 나올 수 있었던 건 이 가중 구조 때문이다. 무기징역은 아니면서도 사실상 종신에 가까운 형을 유기징역으로 묶은 셈이다.
거꾸로 말하면, 하나의 범죄만으로는 유기징역으로 30년을 넘기기 어렵다. 그 이상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법원은 대개 무기징역을 택하거나, 이 사건처럼 여러 죄가 결합된 경합범 가중을 통해 형기를 늘린다. 45년과 무기징역 사이에서 재판부가 어느 쪽을 골랐는지가 이 판결의 핵심이다.
재판부가 밝힌 이유를 보면 가중과 감경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드러난다.
형을 끌어올린 쪽은 분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부양이 아니라 경제적 이득을 노리고 장모를 불러들였고, 상습적 폭력으로 전신에 다발성 손상을 입혀 숨지게 했으며, 범행 뒤에도 반성의 기색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존속살해 자체를 가족 간 신뢰를 무너뜨린 반인륜 범죄로 봤다.
그럼에도 무기징역을 피한 이유로는 피고인의 제한된 지적 능력과 성장 과정을 들었다. 장기 구금과 치료로 개선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같은 사건 안에서도 올리는 요소와 내리는 요소가 동시에 저울에 오른다.
판결에 유족이 직접 개입할 수 있는 폭은 생각보다 좁다.
가장 중요한 건 항소다. 1심 결과에 불복하는 항소는 검사와 피고인이 할 수 있고, 피해자 유족은 재판 당사자가 아니어서 직접 항소하지 못한다. 형이 가볍다고 느낀다면 검사에게 항소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의사를 전해야 한다.
대신 재판 과정에서 쓸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피해자와 유족은 법원에 의견을 진술할 수 있고, 재판 진행 상황을 통지받을 수 있다. 가해자에게 피해 배상을 받고 싶다면 형사재판 안에서 배상명령을 신청하는 방법이 있는데, 변론이 끝나기 전에 신청해야 하고 실제 인용되는 비율은 높지 않은 편이다.
1심은 끝이 아니다. 양쪽 중 한쪽이라도 항소하면 2심에서 형이 다시 조정될 수 있다. 지금의 숫자가 확정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