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배달·수거책이었고 몰랐다고 해도, 대법원은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 사기죄로 처벌한다. 미성년자는 만 14세를 경계로 촉법소년(보호처분)과 범죄소년(형사처벌)으로 갈리며, 형사처벌 대상이라도 소년법 부정기형으로 완화된다. 고소득 알바를 빙자한 현금 수거·계좌 대여 제안은 일단 의심하고, 이미 가담했다면 대화 내역을 보관한 채 즉시 상담해야 한다.
자녀가 붙잡힌 뒤 부모가 가장 먼저 하는 말은 대체로 비슷하다. "우리 애는 그게 보이스피싱인 줄 몰랐어요." 심정은 이해되지만, 법정에서 이 말은 생각만큼 힘을 내지 못한다.
핵심은 '미필적 고의'라는 개념이다. 범행 전체를 몰랐더라도, 내가 하는 일이 사기에 쓰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면서 그냥 넘겼다면 고의가 있는 것으로 본다. 대법원은 2024년 12월 12일 현금수거책의 사기 고의가 문제 된 사건(2024도10141)에서, 피고인이 단순 전달책이었다고 주장했음에도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Photo by Sasun Bughdaryan on Unsplash
대법원이 든 판단 근거는 상식선의 의심들이었다. 돈의 이동이 정상적인 거래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었고, 자신의 역할이 사기 구조에서 빠질 수 없는 자리라는 점, 거액의 현금을 받아 전달한다는 점을 종합하면 '설마 아니겠지' 하고 넘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 "고소득 알바인 줄 알았다"는 해명은 그 자체로는 방어가 되기 어렵다. 오히려 정상적인 일이라면 왜 현금을 직접 만나 받아 계좌로 넘기는지, 왜 신분을 숨기는지 설명이 안 된다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한다. 단순 수거·배달책이라도 사기방조 또는 공동정범으로 처벌될 수 있는 배경이다.
미성년자라고 해서 모두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처벌의 종류 자체를 가른다.
| 나이 | 구분 | 처벌 |
|---|---|---|
| 만 10세 미만 | 범법소년 | 형사처벌·보호처분 모두 없음 |
| 만 10세~14세 미만 | 촉법소년 | 형사처벌 없이 보호처분(1~10호) |
| 만 14세~19세 미만 | 범죄소년 | 형사처벌 가능, 소년법 적용 |
즉 만 14세 미만이면 형사처벌 대신 가정법원의 보호처분을 받는다. 소년원 송치까지 이어질 수 있어 '처벌이 없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반면 만 14세를 넘긴 청소년은 성인처럼 징역형까지 갈 수 있다.
만 14세 이상 미성년자는 형사처벌을 받되 소년법에 따라 형이 완화된다. 대표적인 것이 '부정기형'이다. 성인은 "징역 1년"처럼 형을 못박지만, 소년은 "장기 몇 개월, 단기 몇 개월" 식으로 폭을 정해 선고하고 교정 성과에 따라 석방 시점이 달라진다.
실제로 만 18세 소년에게 장기 1년 2개월, 단기 10개월의 부정기형이 선고된 사례가 있다. 다만 이는 하나의 사건일 뿐이며, 형량은 가담 정도, 피해 금액과 피해자 수, 범행 기간과 횟수, 피해 회복 노력, 초범 여부를 종합해 정해진다. "미성년자라 봐준다"기보다 "성인보다 다룰 여지가 있다"에 가깝다. 여기에 계좌나 카드를 넘겼다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까지 함께 문제 될 수 있다.
모집책은 일자리를 찾는 청소년을 노린다. 다음 신호가 하나라도 보이면 부모에게 먼저 알리는 편이 안전하다.
이미 한두 번 심부름을 했더라도 늦지 않았다. 더 하지 말고 즉시 그만둔 뒤, 주고받은 대화와 계좌 내역을 지우지 말고 보관한 채 경찰(112)이나 변호사와 상담하는 것이 낫다. 스스로 신고하고 협조한 정황은 이후 판단에서 유리하게 고려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