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은 공연성·특정성·구체적 사실 적시·고의가 모두 갖춰져야 성립하고, 진실한 사실이라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증거로 가릴 수 없는 의견 표현은 처벌되지 않고, 진실한 사실을 오로지 공익을 위해 말했다면 위법성이 조각된다. 고소를 고민한다면 발언이 사실인지 의견인지, 공연성이 있었는지, 상대가 공적 인물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발언 하나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말이 나올 때, 실제로 명예훼손이 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좁다. 형법 제307조는 공연히 사실이나 허위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를 처벌하는데, 성립하려면 네 가지 요건이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 공연성, 대상의 특정성, 구체적 사실의 적시, 그리고 고의다.
이 가운데 일반인이 가장 오해하는 것이 공연성이다.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해야만 성립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판례는 단 한 사람에게 말했더라도 그 말이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퍼질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을 인정한다. 이른바 전파가능성 법리다. 단둘이 나눈 대화라도 상대가 이를 옮길 만한 상황이었다면 요건이 채워질 수 있다.
특정성도 놓치기 쉽다. 이름을 직접 대지 않아도 정황상 누구를 가리키는지 특정된다면 대상 요건을 충족한다. 반대로 누구를 지칭하는지 알 수 없는 막연한 비난은 명예훼손이 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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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에서 성립 여부를 가르는 가장 큰 분기점은 문제의 발언이 사실의 적시인지 의견의 표현인지다. 형법이 말하는 '사실'은 진실이냐 거짓이냐를 떠나, 시간과 공간이 특정된 과거·현재의 구체적 사실관계로서 증거로 참·거짓을 가릴 수 있는 것을 뜻한다.
"저 사람은 회삿돈 3천만 원을 빼돌렸다"는 증명이 가능한 사실이지만, "저 사람은 무능하다"는 가치판단, 곧 의견이다. 대법원은 표현의 문구만 볼 것이 아니라 글 전체의 취지와 맥락, 진위를 가릴 수 있는지를 함께 따져 판단한다. 형식은 사실을 서술한 것처럼 보여도 결국 자기 의견을 강조하는 수단이었다면 사실의 적시로 보지 않는다는 판례도 있다. 순수한 의견이나 논평은 원칙적으로 명예훼손이 아니다.
한국법의 특징 하나는 진실한 사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형법 제310조가 안전판을 둔다. 적시한 사실이 진실하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위법성이 조각돼 처벌받지 않는다.
여기서 진실성은 세부까지 완벽할 필요가 없다. 내용의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맞으면 일부 과장이 있어도 인정된다. 공익성도 국가·사회의 이익뿐 아니라 특정 집단의 이익까지 포함하며, 사익이 조금 섞여 있어도 주된 동기가 공익이면 면책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이 면책이 제307조 1항, 즉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거짓임을 알고 퍼뜨린 허위사실 명예훼손(2항)에는 적용되지 않고, 형도 더 무겁다. 1항은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 벌금, 2항은 5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 벌금이다.
발언의 상대가 공적 인물이고 발언이 공적 사안에 관한 것이면 저울추가 표현의 자유 쪽으로 기운다. 대법원은 공론의 장에 나선 공적 인물은 비판을 감수해야 하고, 그 반박은 해명과 재반박으로 풀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해 왔다. 사적 영역에서는 명예 보호가 우선할 수 있지만, 공적·사회적 의미를 가진 사안에서는 표현의 자유 제한이 완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논쟁에서 오간 이념적 표현도 그 단어 자체만으로 명예훼손이 되지는 않는다. 법원은 '종북'이든 '극우'든 표현이 쓰인 맥락을 보고 판단한다. 그래서 정치인이나 유명인을 겨냥한 논평성 발언은 사인 간 다툼보다 명예훼손이 인정되는 문턱이 높다.
같은 내용도 인터넷에 올리면 처벌 수위가 올라간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에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 벌금, 거짓 사실이면 7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정한다. 온라인은 전파 범위가 넓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형법상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은 모두 반의사불벌죄여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기소할 수 없다. 반면 모욕죄와 사자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하는 친고죄다.
감정이 앞서 고소를 결심하기 전에, 아래 항목을 하나씩 짚어 보면 성립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정리하면, 기분이 상한 발언이라고 모두 명예훼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인지 의견인지, 공익성이 있는지, 상대가 공적 인물인지에 따라 결론은 크게 갈린다. 다툼의 소지가 크다면 발언 캡처와 정황 기록을 확보해 두고, 실제 대응 여부는 이 기준에 비춰 차분히 판단하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