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와 일면식 없는 강력범죄는 유족을 낯선 형사절차 한가운데 세우지만, 수사 단계부터 유족이 쓸 수 있는 권리와 국가 지원이 정해져 있다. 사건 진행을 통지받고 의견을 진술할 권리, 유족구조금과 치료·심리·장례 지원, 가해자 상대 손해배상이 서로 다른 창구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구조금은 피해를 안 날부터 3년 안에 관할 범죄피해구조심의회에 신청해야 하므로 창구와 기한부터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최근 서울과 용인에서 모르는 행인을 뒤쫓아 해치는 무차별 범죄가 잇따라 발생했다. 가해자와 아무 관계가 없던 피해자의 가족은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수사, 재판, 보상이라는 낯선 절차에 던져진다.
이때 유족이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고, 흩어져 있어 놓치기 쉽다. 권리와 지원은 세 갈래로 나뉜다. 수사·재판 과정에서의 권리, 국가가 주는 지원, 그리고 가해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이다. 각각 창구가 다르고, 일부는 기한이 걸려 있다.

Timur Weber
유족은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통지받을 수 있다. 신청하면 사건 처분 결과와 공판 날짜·결과를 알려 준다. 재판 기록을 열람하거나 복사하는 것도 가능하다.
진술할 권리도 있다. 피해자나 유족이 신청하면 법원은 이들을 증인으로 불러 피해의 정도와 가해자 처벌에 관한 의견을 말할 기회를 줘야 한다.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피해자 의견진술권이다. 조사나 법정에서 심리적으로 불안할 때는 신뢰관계인을 곁에 동석시킬 수 있다. 유족은 절차를 지켜보기만 하는 대상이 아니라, 의견을 낼 수 있는 당사자에 가깝다.
지원 창구는 목적에 따라 나뉜다. 순서를 잡으면 덜 헤맨다.
첫 연락처는 범죄피해자구호전화(1577-1295)나 관할 검찰청 피해자지원실이다. 여기서 치료비, 생계비, 장례비, 학자금 같은 경제적 지원을 안내받는다. 항목별 한도와 기간은 바뀔 수 있으니 금액은 이 창구에서 현재 기준을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심리적 충격은 법무부 스마일센터가 맡는다. 강력범죄 피해로 인한 트라우마 치료와 상담을 지원하는 곳이다.
유족구조금은 별도다. 주소지나 범죄 발생지를 관할하는 지방검찰청의 범죄피해구조심의회에 신청한다. 사망한 피해자의 선순위 유족에게 피해자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최대 48개월분까지 지급한다. 배우자와 어린 자녀는 48개월분, 60세 이상 부모는 36개월분처럼 관계에 따라 개월 수가 다르다. 기한이 중요하다. 피해를 안 날부터 3년, 피해가 발생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신청할 수 없다. 기각되거나 각하되면 결정서를 받은 날부터 2주 안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형사처벌과 피해 보상은 다른 문제다. 가해자가 처벌받는다고 손해가 저절로 배상되지는 않는다.
가장 간편한 길은 배상명령이다. 1심이나 2심 형사재판에서 법원이 유죄를 선고할 때, 범죄로 생긴 직접적인 피해나 치료비에 대해 배상을 함께 명령하도록 신청하는 제도다. 민사소송을 따로 내지 않아도 돼 부담이 적다. 다만 피해 범위가 복잡하거나 다툼이 크면 배상명령이 각하되고, 그때는 별도의 민사소송으로 가야 한다.
한 가지 기억할 점이 있다. 유족구조금은 가해자로부터 배상을 받으면 그만큼 조정된다. 국가 구조금과 가해자 배상이 이중으로 겹치지 않도록 설계돼 있어서다. 그러니 구조금 신청과 손해배상은 따로 떼어 보지 말고, 받을 수 있는 전체 그림 안에서 순서를 잡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