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부경찰서 A경장이 장미란씨 실종 신고를 허위로 종결하고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 기록까지 삭제한 정황이 드러나 직무유기·공전자기록위작·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기록을 손댄 행위는 직무유기와 별개로 처벌되고, 혐의가 겹치면 경합범으로 묶여 형이 가중된다. 은폐가 의심될 때는 '무엇을 안 했나'뿐 아니라 '무엇을 지우거나 조작했나'를 함께 따져야 적용될 죄목이 보인다.
2026년 8월 22일 오후,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경장이 긴급체포됐다. 제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그에게 직무유기, 공전자기록위작·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발단은 장미란(37)씨 실종 사건이다. 장씨는 지난 5월 12일 휴대전화만 챙긴 채 제주시 한림읍 자택을 나선 뒤 연락이 끊겼다. A경장은 장씨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보고한 뒤 5월 15일 밤 사건을 종결 처리했지만, 장씨 휴대전화에는 그날 이후 통화 기록이 없었다.
여기에 실종자 관리에 쓰이는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장씨 정보가 삭제된 정황이 확인됐다. 같은 경찰관이 다룬 다른 실종 사건 한 건도 허위로 종결됐고, 그 실종자는 주검으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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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유기는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맡은 일을 저버렸을 때 성립한다. 형법상 1년 이하 징역 또는 3년 이하 자격정지로, 형이 무겁지 않은 편이다.
문제는 이번 사건이 '안 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허위 보고를 만들고 기록을 지운 것은 적극적인 조작 행위다. 소극적으로 일을 방치한 직무유기와, 없는 사실을 만들거나 있는 기록을 없앤 조작은 법적으로 다른 죄로 다뤄진다.
핵심은 전산 기록을 어떤 방식으로 손댔느냐다.
거짓 내용을 시스템에 새로 입력해 사무 처리를 그르치게 했다면 공전자기록위작·변작죄(형법 227조의2)에 해당한다. 법정형은 10년 이하 징역으로, 이번 사건에서 가장 무거운 혐의다. 반대로 이미 있던 기록을 삭제해 그 효용을 없앤 행위라면 공용서류등무효죄, 흔히 말하는 공용서류손상죄(형법 141조)가 적용될 수 있다. 이 죄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이다.
허위 보고로 사건을 종결시킨 부분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5년 이하 징역)로도 엮인다. 하나의 은폐 시도가 입력·삭제·보고 단계마다 서로 다른 죄를 낳는 구조다.
언뜻 기록 삭제는 증거인멸처럼 보인다. 그런데 형법상 증거인멸죄(155조)는 '타인의' 형사·징계사건 증거를 없앴을 때만 성립한다. 자기 자신의 범죄를 감추려고 증거를 지운 행위는 방어권 차원에서 이 죄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다.
그래서 공무원이 자기 직무 관련 범죄의 흔적을 지운 경우, 증거인멸죄 대신 공용서류손상죄로 처리되는 사례가 많다. 같은 '삭제'라도 지운 대상이 누구의 사건이냐에 따라 적용 조문이 갈린다.
여러 죄가 함께 인정되면 형법은 이를 경합범으로 묶어 처벌한다. 이때 형은 단순 합산이 아니라, 가장 무거운 죄의 법정 최고형에 그 절반까지 더할 수 있다(형법 38조).
이번 사건에서 가장 무거운 죄가 공전자기록위작(10년)이라고 보면, 경합범 가중으로 상한이 징역 15년까지 올라간다. 직무유기 단독일 때의 '1년 이하'와 비교하면 처벌 범위 자체가 달라진다. 다만 이는 법이 정한 상한일 뿐, 실제 선고 형량은 피해 정도와 고의성 등을 따져 법원이 정한다.
공무원의 은폐 사건을 볼 때는 '무엇을 안 했나'보다 '무엇을 건드렸나'를 함께 봐야 적용될 죄목이 드러난다.
행위가 여러 단계에 걸칠수록 죄가 겹치고, 그만큼 형은 무거워진다. 제주 사건이 직무유기 하나로 끝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