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참사 특조위가 8월 25일 구조·구급 활동 뒤 트라우마로 숨진 소방관 2명을 희생자로 인정하면서, 소방공무원이 참사 희생자로 결정된 첫 사례가 나왔다. 특조위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과 정신과 전문가 자문을 근거로 현장 활동에서 비롯된 정신적 후유증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다만 이번 결정은 진상규명 차원의 희생자 인정으로, 산재나 순직 같은 보상 절차는 별도로 진행된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

10·29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8월 25일 제64차 위원회에서 소방관 두 명에 대한 조사결과보고서를 의결했다. 이로써 남모씨가 161번째, 박모씨가 162번째 희생자로 인정됐고 공식 희생자는 162명이 됐다.
핵심은 두 사람이 참사 당일 압사한 사람이 아니라, 현장에 투입돼 구조·수습을 하다 트라우마를 얻고 뒤늦게 세상을 떠났다는 점이다. 소방공무원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로 결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태원참사 특별법은 구조·수습에 참여한 사람을 피해자로 보면서도 공무원은 그 범위에서 빼두고 있어,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의 지위는 그동안 모호한 구석이 있었다. 이번 결정은 그 공백에 하나의 답을 준 셈이다.

Alex Green
남씨는 참사 당시 비번이었지만 비상소집에 응해 구조와 시신 이송을 맡았다. 이후 우울·불안·불면과 대인기피 증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와 약물치료를 받았고, 산업재해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뒤 2025년 7월 숨졌다.
박씨는 인천 미추홀소방서 구급대원으로 현장에서 사망자와 경증 환자를 분류하고 이송했다. 이후 수면장애와 우울감에 시달렸고 환청을 듣는 불안 증상까지 겪다가, 2025년 8월 외출한 뒤 돌아오지 않았고 열흘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특조위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과 정신건강의학 전문가 자문을 종합해 판단했다. 현장 구조·구급 활동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같은 정신적 후유증으로 이어졌고, 그 후유증이 사망의 직접 원인이 됐다는 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이다.
여기서 이번 결정의 무게가 나온다. 눈에 보이는 물리적 부상이 아니라 정신적 후유증으로 인한 사망을 참사 피해로 공식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 논리가 자리 잡으면, 재난 현장에 들어갔다가 트라우마로 세상을 떠난 다른 인력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근거가 생긴다. 물론 인과관계는 사안마다 개별로 따져야 하므로, 이번 사례가 모든 경우에 자동으로 확장되는 것은 아니다.
주의할 지점은 '희생자 인정'과 '보상'이 서로 다른 절차라는 것이다. 특조위의 희생자 인정은 진상규명과 기록 차원의 결정이며, 그 자체로 산재나 순직 보상이 자동으로 따라오지는 않는다.
남씨처럼 앞서 산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라도, 인과관계를 공적으로 판단한 이번 결정과는 별개로 재해보상 절차는 그 나름의 기준으로 다시 따져진다. 재난 현장에 투입된 인력과 가족이라면, 이 세 갈래를 구분해 각각 어디에 신청하고 무엇을 입증해야 하는지부터 확인해두는 편이 현실적이다. 특히 정신적 후유증은 진료 기록과 시점이 인과관계 판단의 핵심 근거가 되는 만큼, 증상이 시작된 시기의 의무기록을 미리 챙겨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