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신문조서는 작성한 검사나 경찰관의 기명날인·서명이 빠지면 공무원 작성 서류 요건을 갖추지 못해 증거능력을 잃는다. 조사를 받는 사람에게도 조서를 열람하고 틀린 부분을 바로잡은 뒤 서명할 권리가 있다. 진술과 다르게 적힌 부분은 증감·변경을 청구할 수 있고, 변호인 참여를 거부당하면 준항고로 다툴 수 있다.

피의자신문조서는 수사기관이 작성하는 공무원 서류다. 그래서 형식 요건이 까다롭다. 형사소송법 제57조는 작성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조서에 기명날인하거나 서명하도록 정한다. 이 서명이 빠지면 공무원이 작성한 서류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아 조서 자체가 무효가 된다. 대법원은 작성자의 서명·날인이 없는 조서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고, 피의자의 서명이 있거나 법정에서 진정성립을 인정했더라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작성 주체가 누구인지 조서에 분명히 남아야 한다는 뜻이다.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도 이 점을 알면, 서명 전에 무엇을 봐야 하는지가 달라진다.

Mikhail Nilov
피의자신문은 신문하는 검사나 경찰관 혼자 진행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 제243조는 신문에 참여자를 두도록 한다. 검사가 신문하면 검찰수사관 등이, 사법경찰관이 신문하면 사법경찰관리가 참여한다. 밀실 조사를 막기 위한 장치다.
여기에 더해 피의자는 변호인을 참여시킬 수 있다. 2008년부터 명문화된 권리로,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인정된다. 수사기관은 신문을 방해하거나 수사기밀 누설 우려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가 아니면 이를 제한하지 못한다. 또 장애가 있거나 특별히 보호가 필요한 피의자는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을 곁에 동석시킬 수 있다.
조서의 중심은 피의자의 진술이다. 그런데 기록되어야 할 것은 진술만이 아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4는 조사 장소, 피의자가 도착한 시각, 조사를 시작하고 마친 시각, 그 밖의 조사 경과를 조서나 별도 서면에 남기도록 한다.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장시간·강압 조사를 견제하려는 규정이다.
정리하면 조서에는 세 층이 담겨야 한다. 진술 내용, 조사가 언제 어디서 얼마나 진행됐는지, 그리고 누가 작성하고 참여했는지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비면 나중에 다툴 여지가 생긴다.
조서가 완성되면 수사기관은 그 내용을 피의자에게 열람하게 하거나 읽어 주고, 진술한 대로 적혔는지, 사실과 다른 부분은 없는지 물어야 한다. 이 순간이 확인의 기회다.
첫째, 내 진술이 뉘앙스까지 그대로 적혔는지 본다. '기억나지 않는다'가 '아니다'로 바뀌어 있지는 않은지 같은 미세한 차이가 중요하다. 둘째, 작성자와 참여자가 누구인지, 작성 날짜가 맞는지 확인한다. 셋째, 조사 시작·종료 시각이 실제와 같은지 본다. 넷째, 빈칸이나 넓은 여백이 남아 있지 않은지 살핀다. 나중에 내용이 끼어들 틈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과 다르게 적힌 부분이 있으면 증감이나 변경을 청구할 수 있다. 수사기관은 그 진술을 조서에 추가로 기재해야 하고, 이의가 제기된 부분은 지우지 않고 읽을 수 있도록 남겨야 한다. 말로 넘어가지 말고 반드시 조서에 반영됐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서명은 신중해야 한다. 조서는 한 번 서명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거꾸로 피의자 본인의 서명·날인이 없는 검사 작성 조서는 증거로 쓸 수 없다는 판례도 있으니, 내용에 동의하지 못한 채 떠밀리듯 서명할 이유는 없다. 변호인 참여를 부당하게 거부당했다면 준항고라는 절차로 그 처분부터 다툴 수 있다. 사안이 무겁다면 서명 전에 변호인과 상의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