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이태원 참사 1심은 현장 대응을 지휘한 전 용산경찰서장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유죄로 금고 3년을, 용산구청 관계자들에게는 무죄를 선고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형사책임은 법령과 직무상 구체적 주의의무가 있었는지로 갈리며, 참사 이후 재난안전법이 인파 사고를 재난에 포함하고 지자체장의 안전관리 의무를 명문화해 앞으로의 판단 기준은 달라졌다. 피해자는 형사와 별개로 국가·지자체·주최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니, 증거를 확보하고 시효 안에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인파 사고의 책임을 가늠하려면 실제 판결을 보는 게 가장 빠르다.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는 지금까지 우리 법원이 인파 사고 책임을 가장 본격적으로 다룬 사건이다.
2024년 9월 1심 재판부는 현장 경찰 대응을 지휘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금고 3년을 선고했다. 참사 현장을 지휘한 책임자의 과실이 형사적으로 인정된 첫 사례다. 반면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용산구청 관계자들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다만 이 판단은 1심일 뿐이며 항소심이 진행 중이어서 아직 확정된 결론은 아니다.

KATRIN BOLOVTSOVA
같은 사고인데 왜 경찰은 유죄, 지자체는 무죄였을까. 핵심은 구체적 주의의무의 유무다.
재판부는 경찰에게 현장을 통제할 구체적 권한과 의무가 있었고 위험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봤다. 경사진 골목에 군중이 몰리면 서로 밀고 눌려 생명에 위험이 생긴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자치구의 안전관리 의무는 당시 법령상 추상적인 수준이어서, 구청 관계자 개개인의 구체적 주의의무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형사책임은 누가 가장 무심했나가 아니라 누구에게 법으로 정해진 구체적 의무가 있었나로 갈린다. 권한과 의무가 명확할수록 책임도 무거워진다.
주체별로 나눠 보면 이렇게 정리된다.
경찰은 공공의 안전과 질서를 지킬 직무가 있어 현장 통제를 소홀히 하면 형사·민사 책임을 모두 질 수 있다. 이태원 사건에서 실제로 형사 유죄가 나온 쪽이다.
지자체는 행사와 장소의 안전관리 주체다. 과거에는 의무가 추상적이라는 이유로 형사책임을 벗기도 했지만, 민사상 국가배상 책임은 그와 별개로 물을 수 있다.
주최자가 있는 행사라면 주최자가 1차적인 안전관리 책임을 진다. 안전계획 수립과 인파 통제를 게을리하면 형사상 과실과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함께 따른다.
개인 참가자에게 사고 자체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관리 주체의 의무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다만 특정 개인이 고의로 밀치거나 위험을 키웠다면 그 개인도 형사·민사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태원 참사의 가장 큰 공백은 주최자 없는 행사였다. 당시 정부와 지자체는 주최자가 없으니 책임 주체도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 공백을 메우려 재난안전법이 개정돼 다중운집, 즉 인파 사고가 재난의 한 유형으로 포함됐고 지자체장의 안전관리 의무가 명문화됐다.
의미가 작지 않다. 과거 무죄의 근거였던 추상적 의무가 이제는 법에 적힌 구체적 의무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앞으로 비슷한 사고가 난다면 지자체의 책임은 전보다 무겁게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참여 인원 1000명 미만의 소규모 축제는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형사처벌과 손해배상은 별개다. 가해 주체가 형사 무죄를 받더라도 민사상 배상 책임은 따로 물을 수 있다.
청구 상대는 사고의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경찰 대응이 문제였다면 경찰을 관할하는 국가, 장소 관리가 문제였다면 지자체, 민간 행사였다면 주최자가 대상이 된다. 국가나 지자체를 상대로 할 때는 국가배상 청구의 형태를 띤다.
실무적으로는 세 가지를 기억해두면 된다. 첫째, 사진·영상·통신기록 같은 증거를 빠르게 확보한다. 둘째, 민사 손해배상은 통상 가해 사실과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일정 기간 안에 청구해야 하므로 시효를 넘기지 않는다. 셋째, 국가배상은 일반 민사와 절차·기준이 다를 수 있으니 대한법률구조공단이나 변호사단체의 도움을 받아 정확한 기한과 서류를 확인한다. 혼자 판단하기보다 전문기관을 먼저 찾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