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양동 아파트 화재로 모자 2명이 숨지면서 건물 관리 부실 시 관리소·건물주의 법적 책임에 관심이 쏠린다. 형사책임인 업무상과실치사는 소방시설 점검 등 주의의무 위반과 인과관계가 있어야 성립하고, 민사 손해배상은 민법상 공작물 책임을 근거로 하되 발화 원인 규명이 관건이다. 화재 피해 입주민은 소방서 조사 결과와 관리 기록을 확보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이다.
지난 8월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 15층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이 장비 25대와 인력 87명을 투입해 20분 만에 큰불을 잡았지만, 30대 아들과 뇌병변 장애가 있던 80대 어머니가 단지 화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숨졌다. 두 사람은 불길을 피하려다 15층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아직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어 이 사건이 관리 부실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런 사고가 날 때마다 "만약 건물 관리가 부실해서 불이 나거나 커진 것이라면 관리사무소와 건물주는 어디까지 책임을 지는가"라는 질문이 반복된다. 그 기준을 형사와 민사로 나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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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소장이나 관리주체가 형사처벌을 받는 대표적 죄목은 업무상과실치사다. 이는 소방시설 점검·유지, 피난로 관리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고, 그 잘못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될 때 성립한다. 법원은 소방시설을 형식적으로만 점검하고 실제로 작동하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경우를 주의의무 위반으로 본다. 실제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한 아파트 관리소장이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형사책임은 국가(검찰)가 관리 주체 개인을 기소해 처벌을 묻는 절차라는 점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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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손해를 돈으로 배상받는 길은 민사다. 근거는 민법 제758조의 '공작물 책임'으로, 건물 공용부분의 설치·보존에 하자가 있어 손해가 났다면 이를 관리하는 점유자(입주자대표회의·관리주체)가 먼저 책임을 지고, 소유자는 "나는 잘못이 없다"는 항변이 통하지 않는 사실상 무과실책임을 진다. 담뱃불로 추정된 한 아파트 화재에서는 공용부분 청소 불량, 화재에 취약한 외벽 마감재, 소방시설 관리 미흡이 겹쳐 입주자대표회의의 배상책임이 인정됐다. 다만 실화(失火)의 책임을 완화해 주는 실화책임법이 적용돼 최종 책임은 50%로 제한됐다.
두 책임은 서로 다른 절차라서 나란히 진행된다. 형사에서 무죄가 나와도 민사 배상은 가능하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다만 배상책임에는 넘어야 할 벽이 있다. 대법원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에서 단순히 어느 집·어느 구역에서 불이 났다는 사실만으로는 책임을 물을 수 없고, 구체적인 발화 원인이 규명되고 설치·보존상 하자가 입증돼야 한다고 본다. 재난배상책임보험 역시 법률상 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으면 보험금이 나오지 않는 책임보험이라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피해를 입은 입주민이라면 먼저 소방서의 화재현장조사서와 화재 원인 조사 결과를 확보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현장과 피해 상태는 훼손 전에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고, 관리규약과 소방시설 점검기록, 단지 CCTV 등 관리 부실을 뒷받침할 자료를 모아 두는 것이 좋다. 손해액을 산정한 뒤에는 곧바로 소송에 들어가기보다 내용증명 발송과 분쟁조정을 먼저 시도할 수 있다. 아울러 본인이 가입한 화재보험, 단지 단체 화재보험, 재난배상책임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면 배상 소송과 별개로 보상을 받을 길이 열린다. 원인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 소재가 달라지는 만큼, 조사 초기부터 근거 자료를 확보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