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상급자 지시를 따랐다는 사실만으로는 형사책임을 면하지 못하며, 그 명령이 명백히 위법했는지가 책임의 갈림길이 된다. 대법원 판례와 2025년 복종의무 법 개정, 헌재 결정 모두 정당한 명령은 보호하되 위법한 명령에 따른 책임은 남긴다는 방향을 가리킨다. 지시를 받았다면 명령의 위법성, 기록 보존, 의견 제시와 이행 정도를 스스로 확인해야 책임과 형량의 폭을 줄일 수 있다.
공무원이 상급자 지시를 따랐다는 사실만으로 형사책임에서 벗어나지는 못한다. 기준은 그 명령이 정당했는지, 아니면 명백히 위법했는지에 있다. 대법원은 1996년 판결에서 명령이 명백히 위법하지 않은 한 적법성을 의심하지 않고 복종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뒤집어 말하면, 명백히 위법한 명령은 애초에 따를 의무가 없고 그대로 따랐다면 책임이 따른다는 뜻이다.
군에서도 결론은 같다. 12·12 사태 관련 판결은 군인이라도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는 복종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였다. 반대로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불복하면 군형법상 항명죄로 처벌될 수 있다. 결국 '정당한 명령'과 '위법한 명령' 사이 어디에 그 지시가 놓이는지가 책임의 출발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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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자체가 공무원에게 판단을 요구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2025년 11월 국가공무원법의 '복종 의무'를 '상관의 지휘·감독에 따를 의무'로 바꾸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76년 만의 변화로, 지휘·감독이 위법하다고 판단되면 이행을 거부할 수 있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아직 입법예고 단계라 확정된 법은 아니다.
헌법재판소도 비슷한 선을 그었다. 2026년 1월 29일 헌재는 공무원연금법 조항을 합헌으로 보면서, 퇴직급여 감액 대상에서 '소속 상관의 정당한 직무상 명령에 따르다 과실로 인한 경우'는 제외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정당한 명령을 따른 경우는 보호한다는 것이고, 그 반대편에는 위법한 명령에 따른 책임이 그대로 남는다.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형량은 따라온 정황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비상계엄 관련 내란 사건이 그 예다. 서울고법은 2026년 5월 7일 1심의 징역 23년을 깨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내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유죄 판단은 유지하면서 형량만 낮춘 것이다.
재판부가 형을 줄인 근거는 50년이 넘는 공직 경력, 그리고 사전 계획이나 지도적 역할에 대한 증거가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반대로 책임을 회피하는 데 치중한 진술 태도는 불리하게 작용했다. 여기서 형량을 가르는 변수를 읽을 수 있다. 가담 정도가 지도적이었는지 소극적이었는지, 위법성을 미리 알았는지, 지시를 거부하거나 일부만 이행했는지, 그리고 재판에서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다.
계엄 사태 당시 일부 지휘관의 진술이 이를 잘 보여준다. 특전사령관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이행하지 않았다고 했고, 수도방위사령관은 실탄 없이 작전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지시를 받았더라도 어디까지 실행했는지가 책임의 무게를 다르게 만든다.
핵심은 단순하다. 법원이 보는 것은 '시켰다'가 아니라 '그 명령이 위법했는지, 그리고 내가 어떻게 행동했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