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지법은 운항 중 비상문 레버를 들어 올린 승객에게 문이 실제로 열리지 않았는데도 항공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공보안법은 출입문·탈출구 조작 '행위' 자체를 보안·운항 저해로 보고 10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하기 때문에, 결과가 아니라 행위가 성립의 기준이 된다. 기내 폭행은 벌금형 없이 5년 이하 징역이고, 비상문 조작 같은 보안저해죄는 피해자와 합의해도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2025년 11월, 방콕에서 대구로 가던 티웨이항공 여객기 안에서 30대 승객이 오른쪽 비상문의 레버형 개폐장치를 손으로 들어 올렸다. 당시 비행기는 1만 1000m 상공을 날고 있었다. 문은 실제로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대구지법은 이 승객에게 항공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문이 열리지도 않았는데 왜 처벌일까. 답은 항공보안법이 '결과'가 아니라 '행위'를 본다는 데 있다.

Natã Romualdo
항공보안법 제23조 제2항은 승객이 기내에서 출입문·탈출구·기기를 조작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한다. 이를 어겨 항공기의 보안이나 운항을 저해하면 제46조 제1항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순항 고도에서는 기내외 기압 차이 때문에 사람 힘으로 비상문을 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법이 겨냥하는 건 문이 실제로 열렸는지가 아니다. 조작을 시도하는 순간 다른 승객이 겪는 공포, 승무원이 대응에 쏟는 혼란, 운항 안전에 생기는 위협 자체를 범죄로 본다. 실제 개방 여부는 범죄 성립이 아니라 형량을 정할 때 따질 문제다.
처벌 조항은 행위에 따라 나뉜다.
| 행위 | 근거 | 법정형 |
|---|---|---|
| 출입문·탈출구 조작, 보안·운항 저해 폭행·협박·위계 | 제46조 1항 | 10년 이하 징역 |
| 기내에서 다른 사람 폭행 | 제46조 2항 | 5년 이하 징역 |
| 기장 등의 정당한 직무집행 방해 | 제43조 | 10년 이하 징역 |
이 밖에 폭언·고성방가 같은 소란행위, 승무원의 정당한 지시에 대한 불응에도 항공보안법상 처벌 규정이 마련돼 있다. '장난이었다'거나 '술김이었다'는 해명이 쉽게 통하지 않는 영역이라는 뜻이다.
눈여겨볼 점은 기내 폭행이다. 일반 폭행죄는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벌금형을 택할 수 있지만, 항공보안법상 기내 폭행은 5년 이하 징역만 규정돼 있다. 벌금으로 마무리할 선택지 자체가 좁다.
'합의'에 대한 기대도 조심해야 한다. 비상문 조작이나 위계 같은 보안저해 행위는 특정 피해자 한 사람이 아니라 항공기와 탑승객 전체의 안전을 해치는 범죄로 다뤄진다. 당사자와 합의하더라도 사건이 없던 일이 되는 성격이 아니고, 합의는 형을 정할 때 참작되는 사정에 그친다.
앞선 티웨이항공 사건에서 법원이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택한 건, 레버를 한 차례 들어 올렸을 뿐 계속 열려고 하지 않았고 실제 위험이 크지 않았다는 점을 참작한 결과다. 중요한 건 이 사정들이 '무죄' 사유가 아니라 '감경' 사유였다는 사실이다. 앞서 2024년에는 제주를 출발하려던 항공편에서 한 승객이 비상구 레버 덮개를 열어 이륙이 한 시간 넘게 지연됐고, 이 사건에서도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뜻이다.
비상문에 손을 대는 순간 범죄는 이미 성립한다. 고도에서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도, 취기나 장난이라는 사정도 그 성립 자체를 지우지는 못한다. 기내에서 가장 안전한 선택은 단순하다. 호기심이든 항의든, 비상문과 기기에는 손을 대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