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해룡 경정이 8월 12일 자신의 수사 외압 주장을 '망상·허구'라고 표현한 한동훈 의원을 명예훼손·모욕 혐의로 국가수사본부에 고소했다. 공적 인물 사이의 발언이 명예훼손으로 인정되려면 공연성과 사실의 적시, 허위성 등을 입증해야 하는데, 앞서 검경 합동수사단이 외압 의혹을 '실체 없음'으로 종결한 점이 변수로 작용한다. 고소만으로 처벌이 결정되지는 않으며, 문제의 표현이 사실 적시인지 의견인지, 그리고 허위성이 입증되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린다.
백해룡 경정이 8월 12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소했다. 적용한 혐의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그리고 모욕이다.
문제가 된 것은 한 의원이 2025년 10월부터 12월까지 페이스북과 방송에서 한 발언이다. 백 경정이 제기한 수사 외압 주장을 두고 '망상', '100% 허구', '망상에 빠진 경찰 중간간부' 같은 표현을 썼다. 백 경정은 2023년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 시절 인천세관 마약 밀수 수사 과정에서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으로부터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짚어둘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이 외압 의혹은 앞서 검경이 이미 수사했다.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은 2026년 2월 '실체 없는 의혹'이라며 한 전 장관 등 7명을 무혐의 처분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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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장을 냈다고 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명예훼손이 인정되려면 대체로 다음을 순서대로 따진다.
먼저 대상이 특정돼야 하고(특정성), 불특정 또는 다수가 알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공연성). 페이스북 글이나 방송 발언은 공연성이 대체로 인정된다.
다음이 핵심이다. 문제의 표현이 '사실의 적시'인지, 아니면 '의견·평가'인지를 가른다. 구체적 사실을 드러냈다면 명예훼손 검토 대상이지만, 순수한 가치판단이나 경멸적 표현은 명예훼손이 아니라 모욕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허구'는 사실 주장에 가깝고, '망상'이나 '약 먹을 시간' 같은 표현은 모욕 쪽에서 다툴 여지가 크다.
사실 적시로 인정되면 그것이 허위인지를 본다. 허위사실 적시는 형이 더 무겁다. 정보통신망법이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은 여기에 더해 '비방할 목적'까지 요구한다. 반대로 적시한 내용이 진실이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위법성이 조각돼 처벌을 피할 수 있다. 다만 이 면책은 진실한 사실에 적용되고, 허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앞선 합수단 결론이 무게를 갖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한 의원의 '허구'라는 표현이 허위사실이 되려면, 백 경정의 외압 주장이 사실이어야 한다. 그런데 수사 결과는 반대 방향으로 났다.
따라서 사실 적시로 다투는 부분에서는 허위성 입증이 고소인 측에 유리하지 않게 작용할 수 있다. 이건 근거에서 나오는 판단이지 결과를 예단하는 것은 아니다. 반면 인격을 깎아내리는 표현을 문제 삼는 모욕 부분은 사실이냐 허위냐와는 별개 잣대로 판단되므로, 두 갈래의 결론이 갈릴 가능성도 있다.
고소는 절차의 출발점이다. 국가수사본부가 사건을 수사한 뒤 검찰에 보내거나(송치) 자체 종결하고(불송치), 검찰이 기소 또는 불기소를 정한다. 기소되면 재판에서 유무죄가 가려진다. 무혐의나 불기소로 끝날 수도 있다.
절차상 특성도 알아둘 만하다. 명예훼손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고, 모욕은 고소가 있어야 처벌하는 친고죄다. 시간도 짧지 않다. 공적 인물 사이의 발언을 둘러싼 사건은 표현의 자유와 명예 보호가 정면으로 부딪혀, 사실과 의견의 경계를 놓고 공방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