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비공개 대미투자 보고 녹취록이 유출돼 여당이 고발을 예고했다. 유출자에게는 통신비밀보호법·공무상비밀누설죄·국회법이, 보도한 언론에는 또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회의 참석자가 직접 녹음했는지 제3자가 몰래 녹음했는지에 따라 통비법 적용 여부가 갈린다.
2026년 9월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정부의 대미투자 협의 내용을 다룬 비공개 보고가 열렸다. 극소수 인원만 들어간 자리였는데, 회의가 끝나기 무섭게 보고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기자단에 돌았고 세부 협상 정황이 그대로 보도됐다.
이튿날 더불어민주당은 "불법 녹취·유포"라며 고발을 예고했다. 김민석 대표는 유출을 "거의 간첩행위"라고 표현했다. 다만 누가 녹음했고 누구에게 넘겼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여당은 "수사로 밝힐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미확정 지점이 실제로는 적용 법을 가르는 핵심이다.
Photo by Nico Ruge on Unsplash
먼저 통신비밀보호법이다. 이 법 3조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청취하지 못하게 한다. 여기서 갈림길이 생긴다. 판례는 이 조항을 대화에 원래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남의 대화를 엿듣는 경우로 본다. 즉 회의에 직접 앉아 있던 참석자가 그 자리를 녹음한 것이라면 통비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 반대로 참석자가 아닌 사람이 몰래 녹음했다면 위반이다. 벌칙도 가볍지 않아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5년 이하 자격정지가 따른다.
두 번째는 공무상비밀누설죄(형법 127조)다. 이 죄는 공무원이나 공무원이었던 사람만 주체가 된다. 선출직인 국회의원도 공무원에 해당한다. 여기서 말하는 직무상 비밀은 법령에 "비밀"이라고 적힌 것만이 아니라,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데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까지 포함한다. 대미 협상 조건이라면 이 범주에 들 여지가 있다. 처벌은 2년 이하 징역·금고 또는 5년 이하 자격정지다.
여기에 국회 비공개회의 내용의 공개·누설을 금지한 국회법 위반이 겹친다. 민주당은 외교상 기밀누설죄까지 거론했지만, 이는 아직 주장 단계이지 확정된 혐의가 아니다.
정리하면 유출자에게 걸리는 법은 세 갈래다. 녹음한 사람이 회의에 없던 제3자였다면 통비법, 그가 공무원이나 국회의원이라면 공무상비밀누설죄, 국회 안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국회법. 이 셋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아 한 사람에게 동시에 적용될 수도 있다. 반대로 참석자가 스스로 녹음만 한 단계에서 멈췄다면 어느 법도 곧바로 걸리지 않을 여지가 있다는 점이 이 사안의 까다로운 대목이다.
유출자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통비법 16조는 불법으로 취득한 대화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사람도 처벌 대상으로 본다. 녹음한 사람과 그 내용을 퍼뜨린 사람을 나눠 보는 구조여서, 녹취록을 받아 보도한 쪽도 통비법의 사정권에 들어올 수 있다.
물론 언론 보도에는 공익성이라는 별도의 변수가 있다. 다만 우리 법원은 불법 녹음물 보도의 위법성을 아주 좁게만 벗어나게 해왔다. 공익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불법 녹취물 보도가 자동으로 면책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일반 직장에도 같은 뼈대가 적용된다. 판단 기준은 두 가지다.
첫째, 누가 녹음했는가. 내가 참석한 회의를 내가 녹음한 것 자체는 통비법 위반이 아니다. 하지만 그 내용이 회사의 영업비밀이라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근로계약상 비밀유지의무 위반에 따른 징계·손해배상 문제가 별개로 생긴다. 반대로 내가 없던 회의를 몰래 녹음했다면 통비법이 곧바로 걸린다.
둘째, 무엇을 유출했는가. 단순 험담 녹음과 고객정보·기술자료 유출은 무게가 다르다. 후자는 형사처벌과 민사 손해배상이 함께 따라올 수 있다.
정리하면 "녹음이 불법이냐"와 "유출이 불법이냐"는 다른 질문이다. 회의 참석자의 녹음은 통비법의 문턱을 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내용을 밖으로 넘기는 순간 영업비밀·비밀유지의무·공무상비밀이라는 다른 잣대가 작동한다. 이번 국회 사안의 결론도 결국 "누가 녹음했고 그가 공무원인가"라는 사실관계가 밝혀져야 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