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이 5년으로 줄고 바쉐론 시계와 세한도 관련 두 혐의가 무죄로 뒤집혔다. 1심은 금품과 청탁의 시간적 근접만으로 대가관계를 인정했지만, 2심은 둘을 잇는 구체적 연결고리를 더 엄격히 요구했다. 양측 모두 상고해 대법원에서는 이 연결고리 기준이 법리적으로 타당했는지가 다시 다퉈진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5-3부는 2026년 9월 22일 김건희 여사의 항소심에서 1심 징역 7년을 징역 5년으로 낮췄다. 함께 선고된 추징금은 2,440만원이다. 형량이 줄어든 핵심 이유는 간단하다. 1심이 유죄로 봤던 여섯 갈래 혐의 가운데 두 개가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기 때문이다.
무죄가 된 것은 바쉐론 콘스탄틴 손목시계(3,900만원)를 받았다는 혐의와 세한도 복제품(50만원) 관련 혐의다. 나머지, 즉 서희건설 관련 금품(약 1억380만원), 디올 가방(540만원), 금거북이(265만원), 이우환 화백 그림(1억4천만원) 관련 혐의는 유죄가 그대로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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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증거를 놓고 1심과 2심의 결론이 갈린 지점은 대가관계를 인정하는 기준의 엄격함이다.
1심은 금품이 오간 시점과 청탁이 있었던 시점이 시간적으로 가까우면 그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다고 봤다. 반면 2심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각각의 금품이 '바로 그 청탁'을 위해 건네졌고, 김 여사 본인도 그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준을 높이자 일부 혐의는 그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시간적으로 붙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유죄가 유지된 혐의들은 "구체적인 청탁이 실제로 전달되거나 그에 호응한 정황"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달랐다.
두 혐의의 무죄 논리는 서로 다르다.
바쉐론 시계는 로봇개 사업 지원을 청탁하며 건넨 대가라는 것이 검찰 판단이었다. 그러나 2심은 문제의 로봇개 사업이 시계를 구매하기 이전에 이미 경호처 내부에서 사실상 정해져 있었다고 봤다. 청탁으로 결정을 바꿀 여지가 없었다면 시계가 그 대가일 수 없다는 논리다. 여기에 김 여사가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
세한도 복제품은 국가교육위원장 임명 청탁의 연장선으로 지목됐던 물건이다. 하지만 2심은 이 복제품이 재단 예산으로 제작된 홍보용 비매품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청탁과는 무관하게 전통한지를 알리려는 별도의 전달 목적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심과 2심의 형량이 다른 것은 김 여사 사건만의 특수한 일이 아니다. 우리 형사재판 구조에서 항소심은 '사실심'이다. 1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와 법리, 그리고 형량을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볼 수 있다.
그래서 항소심에서는 무죄였던 혐의가 유죄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유죄가 무죄로 바뀌기도 한다. 유죄로 인정되는 혐의의 개수와 무게가 달라지면 그에 맞춰 형량도 오르내린다. 이번처럼 두 혐의가 빠지면 전체 형이 가벼워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양측 모두 상고 방침을 밝혀 사건은 대법원으로 향한다. 다만 대법원 단계에서 다투는 내용은 지금까지와 성격이 다르다.
대법원은 '법률심'이다. 원칙적으로 증거를 다시 조사해 사실관계를 뒤집는 곳이 아니라, 하급심이 법령을 잘못 적용했는지, 대가관계 판단 같은 법리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심사한다. 따라서 상고심의 초점은 "2심이 요구한 연결고리 기준이 법리적으로 타당했는가"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무죄가 된 혐의를 검찰이 다시 유죄로 되돌리려면, 새로운 증거를 내미는 방식이 아니라 2심의 법리 판단이 잘못됐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지금 확정된 것은 없다. 5년이라는 형량도 대법원 판단이 남아 있는 잠정적 결론이라는 점은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