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신한·우리·IBK기업 4개 은행이 허위 분양계약을 이용한 동일 수법 대출사기로 약 490억원의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은행별 편취액 상당수가 50억원을 넘어, 이득액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으로 처벌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최고 구간이 적용될 수 있다. 형사책임은 공모한 시행사·브로커·허위분양자가 지고, 은행에는 사고를 사후에야 적발한 여신심사·내부통제 부실 책임이 남는다.

KB국민·신한·우리·IBK기업은행 네 곳에서 같은 수법의 대출사기로 약 49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났다. 8월 들어 은행들이 잇달아 공시하면서 전모가 드러났다. 피해가 특정 은행 한 곳에 그치지 않고 주요 시중은행 전반으로 번졌다는 점이 이 사건의 무게를 키운다.
수법은 부동산 대출사기의 전형에 가깝다. 부동산 시행사와 대출 브로커, 허위 분양자가 짜고 실제 존재하지 않는 분양계약을 꾸민 뒤, 이를 근거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챙긴 정황이 공통으로 확인됐다. 담보와 차주가 서류상으로만 멀쩡했던 셈이다.
| 은행 | 사고 금액 |
|---|---|
| IBK기업 | 182억2,000만원 |
| 신한 | 173억4,355만원 |
| 우리 | 98억7,000만원 |
| KB국민 | 35억7,790만원 |

Elina Volkova
대출사기는 형법상 사기죄로 다뤄지지만, 편취액이 크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특경법)이 적용돼 형이 무거워진다. 기준은 '이득액'이다.
특경법 제3조는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한다.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이득액에 상당하는 벌금을 함께 물릴 수도 있다.
이 사건에 대입해 보면 가늠이 된다. 신한(173억)과 기업(182억), 우리(98억)의 편취 규모는 은행별로만 봐도 50억원을 크게 넘는다. 개별 범행의 이득액이 이 구간에 들어가면 무기징역까지 열려 있는 최고 형량대가 적용될 수 있다.
다만 실제 형량은 다른 문제다. 처벌은 은행별 사고액 총합이 아니라 피고인 한 사람이 얻은 이득액과 가담 정도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시행사·브로커·허위 분양자가 역할을 나눠 공모했다면 공동정범으로 함께 책임을 지지만, 각자가 챙긴 몫과 관여 깊이에 따라 형은 갈린다. 현재는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누가 어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형사 책임은 사기를 저지른 공모자들에게 있다. 은행은 돈을 떼인 피해자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은행이 책임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다.
허위 분양계약을 대출 실행 단계에서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사고 금액은 처음 공시된 뒤 조사가 확대되면서 계속 불어났다. 신한은행은 사고액을 29억원대에서 69억원대로 올렸다가 이번에 다시 173억원대로 정정 공시했다. 우리·기업은행도 액수를 상향했다. 이는 은행의 내부통제가 사고를 미리 막는 '사전 차단'이 아니라 터진 뒤에 세는 '사후 적발'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정리하면 책임은 두 갈래다. 사기 자체에 대한 형사 책임은 공모자들이 지고, 부실한 여신 심사와 내부통제에 대한 관리 책임은 은행이 진다. 후자는 형벌이 아니라 금융당국의 검사와 제재, 그리고 통제 시스템 개선으로 이어지는 문제다. 대출 실행 시점에 이상 징후를 잡아내는 장치가 없다면, 같은 수법은 은행을 바꿔 가며 되풀이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