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공장 화재로 소방관이 순직하고 대표가 업무상과실치상·업무상실화 혐의로 입건되면서, 사업장 화재 뒤 대표가 지는 형사책임의 범위가 다시 쟁점이 됐다. 수사는 경찰의 형법 혐의와 노동부의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혐의로 나뉘며, 법원은 서류가 아니라 안전 의무가 실제로 이행됐는지를 본다. 운영자라면 점검·훈련·위험성평가 기록을 실제 실행 내용과 함께 남겨 두는 것이 사고 뒤 방어의 핵심이다.
부천의 한 공장에서 불이 났고, 진화에 나선 소방위 한 명이 순직했다. 경찰은 세척실을 최초 발화 지점으로 보고, 공장 대표를 업무상과실치상과 업무상실화 혐의로 입건했다. 사업장에서 큰 불이 나면 대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 책임이 어디까지 가느냐다.
핵심은 하나다. 불이 난 사실 자체가 아니라, 막을 수 있었던 안전 의무를 실제로 이행했는가가 처벌의 분기점이 된다.
Photo by Fotos on Unsplash
화재 사망·부상 사고가 나면 수사는 보통 두 축으로 나뉜다.
경찰은 형법을 본다. 과실로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한 업무상과실치사상(형법 제268조), 그리고 과실로 불을 낸 실화·업무상실화(제170조·제171조)다. 쟁점은 대표의 과실과 사상 결과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느냐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은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본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위험물 관리나 화재 예방 같은 현장 안전조치 의무(제38조) 위반을 따지고,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세우고 이행했는지(제4조·제6조)를 본다.
두 수사는 관할이 달라 각자 진행되지만, 재판에서는 하나의 행위가 여러 죄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이 되어 가장 무거운 죄의 형으로 처벌되는 경우가 많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중대산업재해로 사람이 숨지면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 법인은 50억 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적용에는 조건이 있다.
이 법의 중대산업재해는 원칙적으로 사업장 '종사자'의 사망을 전제로 한다. 부천 사고처럼 숨진 사람이 그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이 아니라 외부에서 출동한 소방관이라면, 중대산업재해로 볼 수 있는지부터 다툼이 생긴다.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도 적용에서 빠진다.
여기서 법원이 보는 건 서류의 존재가 아니다. 재해예방 인력과 예산을 실제로 투입했는지,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절차가 돌아갔는지, 안전관리자를 제대로 평가했는지다. 계획서가 캐비닛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의무를 다했다고 보지 않는다.
2026년 3월 대전의 자동차 부품 공장 화재에서는 14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쳤다. 경찰은 대표 등 5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고, 노동당국은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따로 수사했다.
이 사건에서 직원들의 진술은 그대로 증거가 됐다. 화재경보기가 울리다 꺼져 평소 오작동으로 여겼다는 말, 소방 훈련이 서류상으로만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말, 도면에 없는 복층이 증축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2024년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에서는 대표가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형식만 갖춘 점검과 훈련은 평소에는 지나가지만, 사고가 나면 '의무를 실제로는 이행하지 않았다'는 정황으로 되돌아온다.
수사와 재판에서 방어가 되는 건 말이 아니라 문서다. 운영자라면 다음을 실제 실행 내용과 함께 남겨 두는 편이 안전하다.
사고 직후 현장과 기록을 함부로 치우거나 폐기하면 증거인멸로 책임이 더 무거워진다. 허위로 진술하거나 사실을 숨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경찰 조사와 근로감독관 조사가 따로 진행되는 만큼, 초기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편이 낫다.
기록은 처벌을 지우는 면죄부가 아니다. 다만 안전 의무를 실제로 이행했는지를 가르는 거의 유일한 증거다. 그 기록을 평소에 형식으로만 채워 뒀는지, 아니면 실제로 돌아가게 했는지가 결국 책임의 폭을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