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23명이 숨진 아리셀 화재 참사에서 대표 형량은 1심 징역 15년에서 항소심 4년으로 줄었고, 대법원이 10월 20일 이를 확정했다. 같은 사건이라도 상급심에서 혐의별 유무죄와 양형 인자가 다시 평가되며 형량이 크게 달라지는데, 대법원은 안전관리를 담당자에게 맡겼더라도 예산·인력을 결정하는 대표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봤다. 유족은 형사와 별개로 산재보험 유족급여와 민사 손해배상을 각각 밟아야 하며, 판결문의 혐의별 판단과 양형 이유, 사업주 과실 인정 대목이 이후 대응의 근거가 된다.
노동자 23명이 숨진 아리셀 화재 참사에서 대표 박순관의 형량은 재판 단계마다 달라졌다. 1심은 징역 15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4년으로 크게 줄였고, 대법원은 10월 20일 상고를 기각해 이 4년을 확정했다. 유족은 확정 형량이 너무 낮다며 반발하고 있다.
여기서 확인되는 건 분명하다. 1심의 숫자가 곧 결론이 아니라는 점이다. 같은 사건이라도 상급심에서 유죄 범위와 양형이 다시 평가되면서 형량이 몇 배씩 움직인다. 사업주에게도, 유족에게도 '확정 전까지는 진행형'인 셈이다.

Cemrecan Yurtman
형량이 바뀌는 자리는 대체로 정해져 있다.
| 사건 | 1심 | 확정 | 갈린 지점 |
|---|---|---|---|
| 아리셀(23명 사망) | 징역 15년 | 징역 4년 | 항소심서 일부 혐의 무죄 |
| 한국제강 | 징역 1년 | 징역 1년(실형) | 항소·상고 기각, 원청 첫 실형 |
첫째는 혐의별 유무죄다. 상급심이 일부 혐의를 무죄로 뒤집으면 형량은 급격히 떨어진다. 아리셀의 15년에서 4년으로의 감형이 이 경우다. 사고와 경영책임자의 의무 위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입증되느냐가 핵심 다툼이 된다.
둘째는 양형 인자의 재평가다. 사고 전 위험 경고를 방치했거나, 같은 위반이 반복됐거나, 안전보건관리체계 자체가 없었다면 실형 쪽으로 기운다. 울산지법의 한 사건에서는 사고 열흘 전까지 안전 지적을 받고도 조치하지 않은 점이 문제가 돼, 사후에 유족과 합의하고 시정까지 마쳤는데도 실형이 선고됐다. 합의와 사후 조치는 감경 요소이지만, 그것만으로 실형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셋째는 경영책임자의 책임 범위에 대한 법리다. 대법원은 안전관리를 담당자에게 맡겼더라도, 예산과 인력을 최종 결정하는 대표는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봤다. 한국제강 사건에서 원청 대표의 실형이 처음 확정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계로 보면 실형은 아직 예외에 가깝다. 한 현직 부장판사 분석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자연인 피고인 사건에서 실형은 10건 중 1건에도 못 미쳤고, 대부분은 집행유예로 끝났다. 다만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026년 9월 사망 사고의 기본 권고 형량을 징역 1년 6개월~4년, 가중 요인이 많으면 최대 15년까지 두는 안을 심의했다. 아직 확정 전 단계이지만, 형량이 무거워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형사 처벌은 국가가 사업주를 벌하는 절차일 뿐, 유족의 손해를 채워주지는 않는다. 보상은 별도의 두 갈래로 진행된다.
먼저 산재보험이다.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청구할 수 있고, 청구 기한은 사망일부터 5년이다. 다만 산재보험에는 위자료가 포함되지 않는다.
그래서 위자료와 부족한 손해는 민사 손해배상으로 따로 청구해야 한다. 민사에서는 사업주의 과실, 즉 안전배려의무 위반이 인정돼야 하는데, 형사에서 유죄로 확정된 판결과 수사기록이 과실을 입증하는 유력한 자료가 된다. 청구 항목은 위자료, 일실수익, 장례비 등이고 이미 받은 산재급여는 공제된다.
주의할 점이 둘 있다. 형사 합의를 서두르면 이후 받을 수 있는 배상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손해배상청구권에는 시효가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기산하지만 사안마다 다르므로, 정확한 기산점과 소송 시점은 대한법률구조공단이나 변호사 상담으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형량 숫자만 보면 사건의 절반만 읽은 것이다. 사업주든 유족이든 판결문에서 다음을 짚어야 한다.
판단 기준은 하나로 모인다. 확정된 형량이 몇 년인지보다, 법원이 '어떤 의무 위반을 인정했는지'가 재발 방지와 민사 대응 모두의 출발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