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건축왕' 남모 씨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지만, 이 형사 판결로 세입자의 보증금이 자동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보증금을 되찾으려면 전세사기피해자 인정 신청과 임차권등기명령, 가압류, 보증금 반환청구 소송이라는 별도 절차를 형사재판과 병행해야 한다. 특히 임차권등기명령은 이사 전에 마쳐야 대항력이 유지되므로, 피해자는 지금 자신의 요건과 신청 순서부터 확인해야 한다.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이른바 '건축왕'으로 불린 남모(64) 씨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공범들과 2021~2022년 아파트와 빌라 372채에서 전세보증금 약 305억 원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기소됐고, 여기에 횡령 등을 더한 전체 혐의 규모는 536억 원에 이른다. 앞서 148억 원대 전세사기로 징역 7년이 이미 확정된 상태였다. 재판부는 다수 부동산을 명의신탁해 보유하고 사문서를 위조해 법원에 제출한 점을 무겁게 봤다.
여기서 세입자가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 있다. 징역 15년은 가해자에 대한 형사 처벌이지, 피해자의 보증금을 돌려주는 판결이 아니다. 형이 아무리 무거워도 보증금 회수는 별도의 민사·행정 절차로 따로 진행해야 한다.

Mikhail Nilov
형사재판은 국가가 범죄자를 처벌하는 절차다. 피해자가 증인으로 서더라도, 유죄가 확정된다고 해서 보증금이 통장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가해자가 수감되면 재산을 처분하거나 은닉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에, 피해자는 형사 절차와 별개로 자기 재산을 지키는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그 출발점이 전세사기피해자 인정이다. 전세사기피해자지원 특별법은 네 가지 요건을 본다. 주택을 인도받고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갖췄을 것, 보증금이 3억 원 이하(사정에 따라 최대 5억 원까지 조정)일 것, 다수의 피해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것,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의사가 없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인정을 받으면 경매·공매 유예와 금융 지원, 우선매수권 같은 제도를 쓸 수 있다.
피해자가 확인해야 할 절차에는 순서가 있다. 앞 단계를 건너뛰면 뒤 단계에서 권리가 약해진다.
무엇보다 급한 것은 임차권등기명령의 시점이다. 이 등기는 이사를 나가기 전에 마쳐야 한다. 등기 없이 주소를 옮기면 애써 확보한 대항력과 우선변제 순위가 사라질 수 있다. 이사 계획이 있다면 등기 완료를 먼저 확인한 뒤 움직이는 것이 안전하다.
두 번째는 자신이 특별법 피해자 요건에 해당하는지 초기에 따져보는 일이다. 보증금 상한이나 확정일자 요건에서 걸리면 지원 제도를 못 쓸 수 있으니, 확정일자와 전입 기록, 임대인의 미납 세금과 다주택 보유 여부 같은 증거를 미리 모아두는 편이 낫다. 가해자가 15년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은 처벌의 진전이지, 회수의 완료가 아니다. 보증금을 지키는 시계는 피해자가 직접 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