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2015년부터 스토킹·가정폭력·교제폭력 등 범죄 피해자에게 긴급신고용 스마트워치를 지급해 왔고, 지급 건수는 지난해 2만여 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직접 버튼을 눌러야 작동하는 사후 알림 장치여서, 성남 교제폭력 살인처럼 가해자가 목전에 닥친 순간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스마트워치는 여러 수단 중 하나일 뿐이므로, 신고와 함께 접근금지·연락금지 같은 긴급응급조치와 전자장치 부착을 포함한 잠정조치를 같이 신청해야 가해자를 실제로 제약할 수 있다.
경찰은 2015년부터 범죄 피해자 신변보호를 위해 긴급신고용 스마트워치를 지급해 왔다. 위급할 때 버튼을 누르면 112에 신고가 접수되고, 경찰이 위치를 확인해 출동하는 방식이다. 지급 대상은 스토킹, 가정폭력, 성폭력, 교제폭력, 그리고 살인 같은 강력범죄 피해자다.
받는 사람은 꾸준히 늘고 있다. 경찰청이 김영배 의원실에 낸 자료를 보면 지급 건수는 2021년 10,989건에서 지난해 21,974건으로 약 두 배가 됐고, 올해는 8월까지 이미 17,124건에 이르렀다. 특히 스토킹 피해자 지급은 708건에서 6,982건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교제폭력 피해자에게도 1,988건이 나갔다.
다만 누구나 신청하면 받는 것은 아니다. 경찰이 위험도를 판단해 선별 지급하며, 구체적인 심사 기준은 공개돼 있지 않다. 그래서 "스마트워치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안전을 보장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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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워치의 가장 큰 약점은 피해자가 직접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 점이다. 서울의 한 경찰 간부는 "버튼을 누를 정도면 가해자가 이미 목전에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위험이 닥친 뒤에 울리는 사후 알림에 가깝다는 것이다.
2026년 7월 성남에서 교제폭력을 신고한 60대 여성이 신고 한 달 만에 전 연인의 흉기에 숨진 사건이 이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피해자는 습격 직후 스마트워치를 눌렀고 경찰은 3분 만에 도착했지만, 범행은 이미 끝난 뒤였다. 경찰이 가해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알 수 없다는 구조적 공백이 함께 드러났다.
문제는 속도만이 아니다. 성남 사건에서 피해자는 최고 위험인 A등급으로 분류됐지만, 가해자는 중위험으로 나뉘어 서면 경고와 접근금지 수준의 조치에 그쳤다. 피해자 등급과 가해자 위험도가 따로 매겨지면서, 피해자가 가장 위험하다고 본 상황에서도 가해자에게는 약한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기관 사이의 '칸막이'도 지적됐다. 법무부는 가해자에게 내려진 잠정조치 내용을 제대로 공유받지 못했고, 전자발찌를 찬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해도 별도 경보가 울리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유치장 구금 같은 강한 조치는 법원에서 기각되는 일이 잦아, 복합 잠정조치의 인용률은 절반을 밑돈다. 경찰은 전자발찌 가해자가 가까이 오면 피해자 스마트워치에 알리는 연동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적용 대상이 스토킹으로 한정되고 시행 시점도 정해지지 않았다.
스마트워치가 사후 수단이라면, 핵심은 가해자를 미리 제약하는 조치를 함께 거는 것이다. 신고 단계에서 받을 수 있는 조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 구분 | 누가 결정 | 주요 내용 |
|---|---|---|
| 응급조치 | 현장 경찰 | 제지·분리, 상담소·보호시설 연계 |
| 긴급응급조치 | 경찰 직권 | 100m 이내 접근금지, 연락(전기통신) 금지 |
| 잠정조치 | 법원 결정 | 접근·연락 금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유치 |
긴급응급조치는 범죄가 완전히 성립하기 전 단계의 스토킹 행위만으로도 경찰이 바로 내릴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더 강한 조치를 원한다면 경찰이나 검사를 통해 법원에 잠정조치를 청구하도록 요청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가해자에게 전자장치를 채우는 방안(3호의2)도 들어 있다.
그런데 이 가장 강한 수단은 실제로 잘 쓰이지 않는다. 2025년 기준 전자장치 부착이나 유치를 신청한 사례는 전체 1만6566건 중 10.7%인 1,770건에 그쳤다. 신고할 때 담당 경찰에게 "전자장치 부착이나 유치를 포함한 잠정조치를 신청해 달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 이유를 서면으로 남겨 달라고 하는 편이 낫다.
정리하면 스마트워치는 여러 보호 수단 가운데 하나일 뿐, 그 자체가 가해자를 막아주지는 못한다. 신고할 때 접근금지와 연락금지를 바로 요청하고, 위험이 반복된다면 전자장치 부착과 유치까지 포함한 잠정조치를 함께 신청하는 것이 가해자를 실제로 제약하는 길이다. 가족이라면 피해자의 신고 이력과 위협 기록을 함께 정리해 두는 것이 위험도 판단에서 더 높은 등급을 받는 데 도움이 된다. 혼자 판단이 어려우면 112나 여성긴급전화 1366, 해바라기센터에서 보호조치와 신청 절차를 상담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