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이 시작되기 전 사라질 위험이 있는 증거를 법원이 미리 확보하는 절차가 증거보전이다. 민사는 민사소송법 제375조, 형사는 형사소송법 제184조에 근거가 있고 둘 다 증거가 있는 곳의 지방법원에 신청한다. CCTV나 문자처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증거가 상대방 손에 있다면 삭제되기 전에 움직이는 것이 핵심이다.

2026년 6월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두고 법원이 증거보전 결정을 내렸다. 서울동부지법은 문제가 된 투표용지 보관상자와 송파구 투표소 CCTV 영상, 선관위 직원 단체대화방 기록을 보전하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현장검증 날 상자는 이미 폐기된 뒤였다.
증거보전은 바로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한 절차다.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사라질 위험이 있는 증거를 법원의 힘으로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다. 이번 사례는 역설적으로 이 절차가 왜 필요하고, 왜 타이밍이 전부인지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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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에서 증거조사는 보통 소송이 진행되는 도중에 이뤄진다. 문제는 그때까지 증거가 남아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CCTV 영상은 대개 일주일에서 2주면 덮어쓰기로 사라지고, 증인은 사망하거나 오래 해외에 나가 있을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375조는 "미리 증거조사를 하지 아니하면 그 증거를 사용하기 곤란할 사정이 있다고 인정한 때"에 당사자 신청으로 미리 증거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한다. 핵심은 이 '곤란할 사정'이다. 지금 붙잡아두지 않으면 나중에는 못 쓴다는 점을 신청인이 소명해야 한다.
증거보전은 민사와 형사 양쪽에 모두 있지만 절차가 갈린다.
민사에서는 소송을 내기 전이든 낸 뒤든 신청할 수 있다. 소 제기 전이라면 증인이 될 사람이나 문서를 가진 사람의 거주지, 또는 검증할 물건이 있는 곳을 관할하는 지방법원에 낸다(제376조). 신청서에는 상대방, 증명하려는 사실, 보전하려는 증거, 보전이 필요한 사유를 적고 그 사유를 소명해야 한다(제377조).
형사에서는 형사소송법 제184조가 근거다. 피의자·피고인이나 변호인, 검사가 제1회 공판기일 전까지 청구할 수 있다. 이때도 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이 아니라 대상 물건·장소·증인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 판사에게 낸다. 사유는 서면으로 소명한다.
| 구분 | 민사 | 형사 |
|---|---|---|
| 근거 | 민사소송법 제375조 | 형사소송법 제184조 |
| 시기 | 소 제기 전·후 모두 | 제1회 공판기일 전 |
| 내는 곳 | 증거 소재지 관할 지방법원 | 증거 소재지 관할 지방법원 판사 |
법원이 증거보전을 받아들이는 결정에는 상대방이 불복할 수 없다(민사소송법 제380조). 형사에서 청구가 기각되면 3일 안에 항고할 수 있다(제184조 제4항).
다만 투표용지 상자 사례가 보여주듯, 결정이 내려져도 대상물이 이미 없어졌다면 실효성은 떨어진다. 증거보전은 위험을 느낀 즉시 움직이는 절차라고 봐야 한다. 서류가 법원에 접수되는 동안 증거가 사라지면 그 결정은 종이로 남는다.
거창한 사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상 분쟁에서도 쓸 일이 있다.
판단 기준은 두 가지다. 증거가 내 손이 아니라 상대방이나 제3자 손에 있는가,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위험이 있는가. 둘 다 해당하면 법원의 증거보전이 가장 확실한 카드다. 반대로 증거가 내 손에 있고 사라질 일이 없다면, 법원까지 가지 않고 사본과 기록을 잘 챙기는 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