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0일 서울 역삼동 상가 두 곳에서 방화 추정 화재로 19명이 다치면서, 같은 피해를 입은 입주자와 임차인에게는 보험금과 손해배상을 어떤 순서로 청구할지가 현실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방화범 상대 손해배상은 가해자의 배상 자력과 형사절차 결과에 좌우되는 반면 화재보험금은 가입 범위 안에서 먼저 받을 수 있어, 실무상 보험 청구를 앞세우는 것이 유리하다. 내 보험과 건물주 보험의 보장 범위, 배상책임 특약 가입 여부, 화재증명원 등 초기 증빙 확보 상태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2026년 10월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상가 건물 두 곳에서 약 7분 간격으로 불이 났다. 소방 당국은 방화로 보고 70대 남성을 용의자로 검거했다. 이런 사건에서 피해를 입은 입주자나 상가 임차인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누구에게, 어떤 순서로 돈을 청구하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화재보험금 청구를 먼저 진행하는 쪽이 현실적이다. 방화범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은 가해자에게 배상할 재산이 있어야 실제로 받아낼 수 있고, 형사재판 결과에 따라 책임 범위가 움직인다. 반면 화재보험금은 가입한 보장 범위 안에서 가해자가 누구든 먼저 받을 수 있다. 다만 손해배상 청구권을 포기하라는 뜻은 아니다. 두 절차는 병행하되, 돈이 먼저 들어오는 통로를 우선 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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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보험은 하나가 아니다. 건물주가 든 보험은 보통 건물 골조, 외벽, 계단, 복도 같은 공용부분을 중심으로 보장한다. 임차인이 든 보험은 영업장 내부 인테리어, 집기, 상품처럼 임차인이 들인 재산을 보장한다. 그래서 피해를 봤다면 내가 어떤 보험에 가입돼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화재보험은 특약이 없으면 내가 남에게 물어줘야 하는 배상책임까지 보상하는 상품이 아니다. 즉 임차인이 화재배상책임 특약을 따로 들지 않았다면, 건물주나 다른 입주자에 대한 배상 문제는 보험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가입 증권에서 배상책임 특약 여부를 반드시 짚어야 하는 이유다.
손해액 산정에서도 다툼이 잦다. 보험금이든 손해배상이든, 배상액은 사고 당시 시가를 기준으로 감가상각을 적용해 계산하는 것이 원칙이다. 새 자재로 교체한 금액을 그대로 요구하거나, 화재와 무관한 노후 시설 개선비가 섞인 청구는 다퉈볼 여지가 있다.
불을 지른 사람에게는 당연히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 문제는 받아낼 수 있느냐다. 방화 용의자가 배상할 자력이 없으면 승소 판결을 받아도 집행이 어렵다. 그래서 보험금을 먼저 확보하고, 보험으로 메워지지 않은 손해만 가해자에게 청구하는 구조가 보통이다.
형사재판에서 피해금을 함께 받는 배상명령 제도가 있긴 하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에 따라 법원이 유죄판결을 선고할 때 직접적인 물적 피해, 치료비, 위자료 배상을 명할 수 있다. 다만 신청 가능한 범죄가 상해·폭행치사상·재산범죄 등으로 열거돼 있고, 방화죄 자체가 이 목록에 들어가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방화로 사람이 다쳐 상해죄로도 기소됐다면 그 부분은 배상명령을 노려볼 수 있지만, 재산 피해 위주라면 별도의 민사소송을 준비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 부분은 어떤 죄명으로 기소됐는지에 달려 있으므로 담당 검사나 변호사에게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다.
건물주 책임이 추가로 문제 되는 경우도 있다. 방화문이 열려 있어 연기가 급속히 퍼졌거나 스프링클러·화재경보기 같은 공용 소방설비가 고장으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면, 그 확대된 부분은 건물주의 관리 과실로 따로 다툴 여지가 있다. 방화범 책임과 건물주 책임은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한다.
청구 순서를 따지기 전에, 증거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점이 더 급하다. 현장이 정리되기 전에 확보해 둘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받는 것과 내가 손해를 회복하는 것은 별개다.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나와도 그 자체로 내 손해가 자동 배상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형사 결과를 마냥 기다리기보다, 보험금 청구와 증빙 확보는 사건 직후부터 시작하는 편이 낫다.
다만 가해자의 형사재판 기록은 민사소송에서 책임을 입증하는 유력한 자료가 된다.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사건번호, 담당 수사관서를 메모해 두고, 피해자로서 열람·복사할 수 있는 자료를 확인해 두면 나중에 민사 단계에서 시간을 아낄 수 있다. 합의 제안이 들어오면 서명 전에 손해액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따져보고, 금액 다툼이 클 것 같으면 변호사 상담을 먼저 받는 것이 안전하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정리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