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넬라증은 오염된 물의 에어로졸로 감염되고 잠복기가 2~10일이라 특정 목욕탕을 감염원으로 딱 짚어내기가 어렵다. 시설에 책임을 물으려면 위생 관리 의무 위반과 인과관계를 피해자가 증명해야 하는데, 환자 검체와 시설 물에서 나온 균주가 일치하는지가 결정적이다. 그래서 진단 직후 검체와 진료기록을 확보하고 보건소 신고로 시설 물 검사를 끌어내는 초기 대응이 책임 규명의 출발점이 된다.
레지오넬라증은 균이 섞인 물방울, 즉 에어로졸을 들이마셔 걸린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사람 사이 전파는 보고된 적이 없다. 문제는 잠복기다. 폐렴형은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평균 7일, 길게는 10일이 걸린다. 독감처럼 앓다 낫는 폰티악열은 하루 반나절 만에 증상이 오기도 한다.
이 시차 동안 환자는 여러 목욕탕과 냉각탑 근처, 분수대, 에어컨 바람을 지난다. "어제 다녀온 그 목욕탕"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질병관리청도 감염원으로 냉각탑수와 샤워기, 온천 등 물이 고이고 데워지는 곳을 폭넓게 든다.
게다가 균이 있다고 곧바로 감염은 아니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2026년 9월 발표한 조사에서 목욕탕·찜질방의 레지오넬라균 검출률은 18.8%로 다중이용시설 가운데 가장 높았다. 균 검출은 흔한 편이고, 그 물에서 실제로 사람이 감염됐다는 것은 별개의 증명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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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위생관리법 제4조는 목욕장 영업자에게 이용자에게 건강상 위해요인이 생기지 않도록 시설과 설비를 위생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할 의무를 지운다. 목욕물은 시행규칙이 정한 수질기준을 유지해야 하고, 쓰던 물을 다시 걸러 쓰는 순환여과식 욕조는 순환 과정에서 소독하도록 규정한다.
이 기준을 어긴 정황이 관리 의무 위반을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소독 기록 누락, 정기 수질검사 미실시, 배관과 저수조 방치 같은 사정이 확인되면 위반을 인정받을 여지가 커진다. 반대로 기준대로 검사와 소독을 해 온 기록이 있다면 시설은 방어 논리를 갖는다.
민사상 손해배상은 피해자가 시설의 과실과, 그 과실이 감염을 일으켰다는 인과관계를 함께 증명해야 한다. 감염병에서는 이 인과관계 증명이 가장 큰 벽이다.
결정적 증거는 균주 일치다. 환자 검체에서 나온 레지오넬라균과 그 시설 물에서 검출된 균의 유전자형이 같으면 감염원으로 인정될 개연성이 크게 올라간다. 대법원이 환경오염 피해 소송에서 "상당한 개연성"만 증명하면 배상을 인정하도록 피해자의 입증 부담을 낮춰 온 흐름도 참고가 되지만, 이는 환경오염 배상책임에서 확립된 법리다. 균주 대조라는 물증 없이 이용 시점만으로 책임을 인정받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시설의 잘못이 뚜렷하고 균주까지 일치한다면 배상 청구의 근거가 선다. 물증이 없다면 이용 시점이 겹쳐도 책임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을, 감염이 의심되는 순간부터 염두에 두고 증거를 챙기는 편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