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인천의 대형 상업시설에서 전자발찌를 찬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여러 명이 다치면서, 가해자 처벌과 별개로 시설 운영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법상 운영자 책임은 범죄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와 구체적 안전의무를 지켰는지에 달려 있어, 돌발적 무차별 난동만으로 곧장 인정되지는 않는다. 피해를 입었다면 CCTV 보존 요청과 진단서 확보 등 증거를 사건 직후 순서대로 챙겨야 민·형사 판단에서 불리하지 않다.
2026년 10월 13일 오후 인천 남동구의 한 대형 복합상업시설에서 전자발찌를 찬 59세 남성이 양손에 흉기를 테이프로 묶고 1~3층을 오가며 흉기를 휘둘렀다. 8명이 다쳤고 경찰은 피해자를 9명으로 집계했다. 20대 여성 한 명은 심정지 상태로 응급수술을 받았다.
이런 사건에서 형사처벌을 받는 사람은 범행을 저지른 가해자다. 그런데 "건물이나 매장은 왜 아무 대응을 못 했나"라는 질문이 따라붙는다. 운영자 책임은 가해자 책임과 별개로 따지는 문제이고, 결론부터 말하면 성립 요건이 까다롭다.
Photo by Turquo Cabbit on Unsplash
시설 사업주나 현장 관리자는 이용객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진다. 이 의무를 게을리해 사람이 죽거나 다치면 업무상과실치사상죄(형법 제268조)로 처벌될 수 있다.
다만 이 조항은 주로 추락 방지 시설을 두지 않았거나 위험 구역 출입을 막지 않은 '안전사고'에 적용돼 왔다. 제3자가 벌인 범죄에까지 운영자의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범죄를 예상할 만한 신호가 있었는데도 방치했다는 구체적 사정이 없으면, 돌발적인 난동의 형사책임을 운영자에게 지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민사 손해배상은 두 갈래로 접근한다. 하나는 시설 자체의 결함을 따지는 공작물 책임(민법 제758조)이다. 헬스장에서 고정되지 않은 운동기구에 이용자가 다친 사건에서 법원은 설치·보존상 하자를 인정해 운영자의 배상책임을 물었다. 다만 이용자 과실도 함께 인정해 책임을 나눴다.
다른 하나는 안전배려의무, 곧 보호의무다. 대법원은 숙박계약처럼 고객을 받아들이는 계약에는 단순히 공간을 빌려주는 것을 넘어 고객의 안전을 배려할 보호의무가 신의칙상 따라붙는다고 봐 왔다. 이를 어겨 손님이 다치면 채무불이행 책임이 생긴다.
문제는 이 의무가 '모든 범죄를 막아야 하는 의무'는 아니라는 점이다. 핵심은 예견가능성이다.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사건이 반복됐거나 위험 신호가 분명했는데도 운영자가 손을 놓았다면 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커진다. 반대로 사전 징후가 없는 무차별 난동이라면 책임을 인정받기 어렵다. 이번처럼 돌발적인 흉기 난동에 운영자 배상책임을 직접 인정한 국내 판례는 아직 찾기 어렵다. 쟁점은 재판에서 다퉈야 가려진다.
소송에서 피해자 측은 보통 두 가지를 파고든다. 그 시설의 규모와 과거 사고 이력에 비춰 상주 보안인력이 적정했는지, 그리고 비상 상황 대응 매뉴얼과 안내방송·대피 유도가 실제로 작동했는지다.
여기서 기준이 되는 것은 소방·재난 관련 법령이 요구하는 안전관리 수준이다. 다만 이들 법령은 대체로 화재와 대피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흉기 범죄를 막을 보안 인력을 몇 명 둬야 한다는 식의 명확한 기준은 없다. 그래서 '예상 가능한 위험을 방치했는지'라는 느슨한 잣대로 사안마다 다르게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
책임을 다투려면 증거가 남아 있어야 한다. 순서가 중요하다.
첫째, CCTV 확보가 최우선이다. 상가나 매장 CCTV는 저장 용량 문제로 짧으면 며칠, 길어야 한두 주 뒤 자동으로 덮어써지는 경우가 흔하다. 사건 직후 관리 주체에게 열람·보존을 요청하고, 삭제가 우려되면 법원에 증거보전을 신청한다.
둘째, 치료받은 병원에서 진단서와 진료기록, 치료비 영수증을 챙긴다. 부상 정도와 치료 경과가 곧 손해액의 근거가 된다.
셋째, 가해자에 대한 형사 고소와 운영자에 대한 민사 손해배상은 별개로 진행할 수 있다. 형사 절차에서 확보된 자료는 민사에서도 쓸 수 있으니 수사 진행 상황을 함께 챙긴다.
비용과 절차가 부담된다면 대한법률구조공단(국번 없이 132)에서 무료 상담을 받아 본인 사안이 다퉈볼 만한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