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대가로 받은 돈은 공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뇌물죄 대신 정치자금법·배임수재·청탁금지법으로 나뉘어 처벌된다. 공직선거법 제47조의2는 후보 추천 관련 금품 수수를 5년 이하 징역으로 금지하지만, 현금으로 은밀히 오가는 특성상 재판의 핵심은 '돈을 실제로 받았느냐'의 입증에 있다. 1억원 공천헌금 1심에서도 정황증거로 수수 시점이 특정돼 실형이 나왔고, 판결문에서는 어떤 증거로 수수를 인정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공천 대가로 돈이 오갔다는 사건에서 가장 먼저 어긋나는 상식이 있다. 공무원에게 돈을 주면 뇌물이지만, 정당 공천을 대가로 한 돈은 뇌물죄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유는 공천의 성격에 있다. 공천은 정당 내부의 의사결정이지, 국회의원이 공직자로서 수행하는 직무가 아니다. 그래서 돈과 '공무' 사이의 대가관계를 세우기 어렵다. 2026년 1억원 공천헌금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뇌물죄 대신 배임수재와 정치자금법 위반을 적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공천 금품을 겨누는 법은 뇌물죄 말고도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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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공직선거법이다. 제47조의2는 공직 후보자 추천과 관련해 금품을 주고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대법원은 여기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하여'를 넓게 해석한다. 추천의 직접 대가가 아니더라도, 그 돈이 공천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우까지 포함한다고 본다.
둘째는 정치자금법이다. 법이 정한 방법을 벗어나 공천과 얽힌 정치자금을 받으면 처벌 대상이 된다.
셋째는 형법의 배임수재·배임증재다. 정당의 공천 업무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일'로 보고, 부정한 청탁과 함께 돈을 받으면 받은 쪽은 배임수재, 준 쪽은 배임증재가 된다. 여기에 청탁금지법 위반이 더해지기도 한다. 하나의 돈 거래에 여러 법이 겹쳐 적용되는 구조다.
법 조항이 촘촘해도 재판의 승패는 대개 한 지점에서 갈린다. 돈을 실제로 주고받았느냐다.
공천 대가는 계좌이체가 아니라 현금으로, 은밀하게 건네지는 경우가 많다. 영수증도 계약서도 없다. 받은 쪽이 "받은 적 없다"고 부인하면, 검찰은 돈이 오간 시점과 장소를 정황증거로 세워야 한다.
1억원 공천헌금 사건이 그 전형이다. 검찰은 주차 기록, 통행료 기록, 호출 이동 서비스 기록과 관련자 진술, 현장검증을 엮어 2022년 1월 7일이라는 수수 시점과 장소를 특정했다. 강 의원이 끝까지 돈을 받은 적 없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 정황을 받아들여 2026년 10월 14일 징역 2년 6개월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검찰 구형은 징역 4년이었다. 다만 이는 1심 판단이고 강 의원이 항소한 상태라, 유무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같은 유형의 사건 판결문을 읽을 때는 몇 군데를 짚어보면 구조가 보인다.
공천 금품 사건은 돈의 흔적을 지우기 쉬운 범죄다. 그래서 판결문은 조문보다 '사실을 어떻게 인정했는가'에 더 많은 분량을 쓴다. 뉴스에서 형량만 볼 게 아니라, 재판부가 어떤 증거로 그 결론에 이르렀는지를 함께 보면 다음 사건을 읽는 눈도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