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무상으로 받은 여론조사를 현물 정치자금으로 보고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했고, 1심은 58차례 중 14차례를 유죄로 인정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같은 사안에서 김건희 여사는 무죄가 나와, 쟁점은 그 이익을 누가 수수했는지와 공천 등 대가성이 있었는지로 좁혀진다. 10월 7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여론조사의 재산적 가치와 수수 주체, 대가성 입증 정도가 결과를 가른다.

여론조사는 돈이 드는 서비스다. 표본을 뽑고 설문을 돌리고 결과를 분석하는 데 비용이 들고, 선거 캠프에는 전략을 짜는 핵심 자산이다. 그래서 이를 공짜로 받으면, 현금이 아니라 '현물'로 정치자금을 받은 것과 같다고 본다. 정치자금법은 법이 정한 방법이 아닌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주고받는 것을 금지하는데, 무상 제공은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가 된다.
이번 사건의 구조가 그렇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이 2021년부터 2022년 3월까지 명태균씨에게서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58차례, 약 2억7000만원어치 무상으로 제공받았다고 봤다. 돈이 오간 게 아니라 '결과지'가 오갔지만, 그 경제적 가치를 정치자금으로 환산한 것이다. 1심은 이 논리를 일부 받아들여 추징금 약 1396만원을 함께 선고했다.

Lukas Blazek
눈여겨볼 대목은 1심 판단이 전부 아니면 전무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1심 재판부는 58차례 제공 가운데 14차례만 유죄로 인정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명태균씨는 징역 1년 6개월을 받았다.
더 갈라진 건 공범 관계다. 같은 사안으로 별도 기소된 김건희 여사는 1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똑같은 여론조사를 두고 한쪽은 유죄, 한쪽은 무죄라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이는 '여론조사가 정치자금이냐'보다 '그 이익을 누가 수수했고, 누가 그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느냐'가 유무죄를 가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상 제공이라는 사실 자체는 같아도, 그 이익이 누구에게 귀속됐는지에 대한 증거가 다르면 결론이 달라진다.
항소심 선고는 2026년 10월 7일 서울고법 형사7부에서 예정돼 있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게 징역 4년, 명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결과가 어느 쪽으로 날지는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어떤 사실이 저울을 기울일지는 1심에서 드러난 쟁점으로 가늠할 수 있다.
첫째, 여론조사의 재산적 가치다. 공짜로 받은 서비스를 '2억7000만원'이라고 환산한 근거가 얼마나 탄탄한지가 액수와 유죄 범위를 좌우한다. 둘째, 수수 주체와 고의다. 결과지를 누가 요청하고 받았으며, 그것이 정치자금이라는 점을 인식했는지가 1심에서 윤 전 대통령 유죄와 김 여사 무죄를 가른 핵심이었다. 2심이 이 엇갈림을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셋째, 대가성이다. 검찰은 무상 여론조사의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 등의 공천을 도왔다고 본다. 여론조사 제공과 공천 사이에 '주고받은' 연결고리가 입증되는지가 사건의 성격을 좌우한다.
결국 이 재판은 '공짜가 범죄냐'를 묻는 게 아니다. 공짜로 받은 이익의 크기, 그 이익의 임자, 그리고 그 대가가 무엇이었는지를 사실로 입증할 수 있느냐를 가린다. 선고 결과는 그 입증의 성패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