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을 지키지 못했다고 곧바로 사기가 되는 것은 아니며, 사기와 단순 채무불이행은 계약 당시 이행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로 갈린다. 최근 황희찬 선수의 홍보 먹튀 의혹처럼 계약 분쟁이 사기 고소로 번지는 사례가 늘면서 개인사업자와 프리랜서도 형사 리스크를 함께 따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고소를 당했다면 계약 당시 이행 의사를 뒷받침할 자료와 이후 소통·이행 기록을 정리하고, 2026년 10월부터 바뀐 불송치 이의신청 절차도 확인해 두는 게 좋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약속한 홍보를 안 했거나 빌린 돈을 못 갚았다고 해서 곧바로 형사 사기가 되지는 않는다. 사기와 단순 채무불이행을 가르는 기준은 하나다. 계약을 맺을 그 시점에 이행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가.
사기죄는 기망행위로 상대를 착오에 빠뜨려 재산을 넘기게 하고 손해를 입히는 범죄다. 거짓말로 속여 착오를 일으키고, 그 착오로 상대가 돈이나 물건을 내주고, 결국 손해로 이어지는 흐름이 실제로 연결돼야 한다. 법원은 이 고리를 꽤 엄격하게 본다. 핵심은 사후에 약속을 못 지킨 결과가 아니라, 시작할 때부터 속였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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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망은 적극적인 거짓말만을 뜻하지 않는다. 신의칙상 당연히 알려야 할 중요한 사정을 숨기는 것, 즉 고지의무 위반도 기망이 될 수 있다. 이미 빚이 자산을 넘어선 상태를 감추고 확정 수익을 약속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계약서·발주서·투자확약서를 들이미는 경우가 특히 위험하게 평가된다.
법원이 편취의 고의를 따질 때 보는 정황은 구체적이다. 계약 당시의 자금 사정과 채무 규모, 허위 자료를 보냈는지, 받은 돈을 애초 설명한 용도에 썼는지 등이다. 반대로 계약 뒤에 일부라도 이행하려 했거나, 상대와 꾸준히 소통하고 분할 이행을 제안한 정황이 있으면 '처음부터 속일 작정이었다'는 결론은 약해진다.
최근 축구선수 황희찬 사례가 이 경계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슈퍼카 구독 플랫폼 바하나는 약 15개월간 차량 42대를 지원했는데 계약 조건이던 SNS 홍보가 한 차례도 없었다며 황희찬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황희찬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계약이 지난해 8월 종료됐으며 약속을 회피한 적이 없다고 맞섰고, 오히려 계약 종료 후 초상권이 무단 사용됐다고 맞대응하고 있다. 앞서 제기된 업무방해 건은 경찰이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했고 바하나 측이 이의신청한 상태다.
여기서 중요한 건 홍보를 안 한 사실 자체가 아니다. 설령 홍보가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그것만으로 사기가 되려면 애초에 홍보할 뜻이 없으면서 차량 지원만 받아내려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그 입증이 되느냐 마느냐에서 형사 사기와 민사 분쟁이 갈린다.
누군가 나를 사기로 고소하면 경찰이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담당 수사관을 배정한다. 보통 고소인을 먼저 조사하고, 이어 피고소인을 조사한다. 경찰이 1차 수사를 끝내면 사건을 검찰로 넘기거나(송치), 혐의가 없다고 보면 불송치 결정을 한다.
불송치로 끝나도 완전히 종결된 건 아니다. 고소인이 이의신청을 하면 사건은 다시 움직인다. 2026년 10월 2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은 불송치 통지를 받은 고소인의 이의신청 기간을 원칙적으로 3개월로 정하고, 제245조의12를 통해 고소인이 이의신청을 위해 수사 기록의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명문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피고소인 입장에서는 불송치를 받았다고 안심하기보다 이의신청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는 편이 안전하다. 구체적 기간과 절차는 국가법령정보센터와 담당 경찰서에서 다시 확인하는 게 좋다.
분쟁은 늘 끝난 뒤에 증거를 찾는다. 계약 단계에서 다음을 챙겨 두면 나중에 '처음부터 속였다'는 주장에 맞설 근거가 된다.
계약이 틀어졌을 때 상대가 사기를 주장하더라도, 시작 시점의 의사와 그 뒤의 행동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면 민사 문제를 형사 문제로 키우려는 시도에 대응할 여지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