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허가 없이 맺은 매매계약은 곧바로 무효가 아니라 허가 전까지 효력이 미완성인 '유동적 무효' 상태에 놓인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허가가 나면 소급해 유효해지지만 불허가되면 무효로 확정되고, 애초에 허가를 피하려는 계약은 처음부터 무효이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계약서에 허가를 조건으로 명시하고 불허가 시 계약금 반환 특약을 두면 분쟁을 줄일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나 주택을 거래하려면 관할 구청의 허가를 먼저 받아야 한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는 허가구역 내 토지거래계약은 허가를 받아야 효력이 생긴다고 정하고 있다. 즉 허가는 거래의 부수 절차가 아니라 계약이 온전히 효력을 갖기 위한 전제다.
그래서 '허가 없이 계약하면 어떻게 되는가'는 단순히 과태료 문제가 아니라 계약 자체의 운명을 가르는 문제가 된다.

Henry Acevedo
허가를 받지 않은 계약을 두고 흔히 '무효'라고 말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좀 더 섬세하다. 대법원은 1991년 전원합의체 판결(90다12243)에서 허가를 전제로 맺은 계약은 허가를 받기 전까지 효력이 확정되지 않은 '유동적 무효' 상태에 있다고 보았다.
이 법리는 세 갈래로 갈린다. 허가가 나면 계약은 처음 맺은 때로 소급해 유효해진다. 반대로 불허가가 확정되면 계약은 무효로 굳어진다. 그리고 처음부터 허가를 피하거나 잠탈할 목적으로 맺은 계약은 유동적 무효가 아니라 체결된 때부터 확정적으로 무효다.
유동적 무효 상태라고 해서 당사자가 손을 놓아도 되는 건 아니다. 매도인과 매수인은 허가를 받기 위해 서로 협력할 의무를 진다. 한쪽이 허가 신청 협력을 거절하면 상대방은 소송으로 협력의무의 이행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다.
허가 절차를 건너뛰는 것은 효력 문제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같은 법 제26조는 허가를 받지 않고 계약을 체결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은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계약 당시 토지가격의 30%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 관련 해설들의 설명이다.
허가를 받은 뒤 의무를 어기는 경우에는 이행강제금이 따른다. 실무 자료에 따르면 허가받은 목적대로 이용하지 않고 방치하면 취득가액의 10%, 직접 이용하지 않고 임대하면 7%, 승인 없이 용도를 바꾸면 5% 수준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는 것으로 정리된다. 다만 벌금과 이행강제금의 구체적 기준은 자료마다 차이가 있어, 실제 사안에서는 국가법령정보센터의 법령 원문과 해당 지자체 공고를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다.
유동적 무효의 위험을 줄이는 현실적인 장치는 계약서 자체에 있다. 허가가 거래의 조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적어 두는 것이다.
분쟁이 생겼을 때의 기준도 이 특약에서 나온다. 불허가가 났다면 계약은 무효로 확정되므로 받은 돈을 돌려주는 것이 원칙이고, 상대가 허가 협력을 미루면 협력의무 이행을 구하는 쪽으로 대응할 수 있다. 반대로 애초에 허가를 피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면 계약은 처음부터 무효이고 처벌 위험까지 떠안게 된다.
정리하면 토허구역에서 허가 없이 맺은 계약은 '아직 효력이 정해지지 않은 계약'이다. 그 불확실성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관건인데, 허가를 조건으로 명시한 계약서 한 장이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가 된다. 금액이 크고 사안이 복잡하다면 서명 전에 법률 전문가의 확인을 받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