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스토킹처벌법에서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사라지면서, 이제는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내거나 합의해도 재판이 멈추지 않는다. 검찰이 벌금 1000만원을 구형한 황정민 스토킹 사건도 이렇게 달라진 법 위에서 진행되는 재판이다. 바뀐 핵심은 형량이 아니라 재판을 멈출 권한이 피해자에서 국가로 넘어갔다는 점이다.
스토킹 사건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합의하면 재판이 끝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2023년 이전에는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서류를 내도 재판은 멈추지 않는다. 최근 검찰이 전 아나운서 황정민 씨를 스토킹한 40대 여성에게 벌금 1000만원을 구형한 사건도, 바로 이 달라진 법 위에서 진행되는 재판이다.
이 여성은 황씨와 가족에게 518차례 메시지를 보냈고, 2025년에는 이틀에 걸쳐 275차례 문자를 보낸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고양이 사체나 혈흔이 묻은 휴지 사진을 보내기도 했다. 선고는 9월 8일로 예정돼 있다. 이런 사건에서 예전이라면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한 장이 재판을 통째로 끝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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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반의사불벌죄'라는 제도가 스토킹범죄에서 사라진 것이다. 반의사불벌죄란 수사와 기소는 피해자 뜻과 상관없이 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를 말한다. 폭행죄가 대표적이다. 이 경우 기소 전이라면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끝나고, 이미 재판이 시작됐더라도 1심 도중에 처벌불원 의사를 내면 법원은 '공소기각' 판결로 재판을 종료해야 한다.
2021년 스토킹처벌법이 처음 만들어질 때 스토킹범죄는 이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됐다. 문제는 이 구조가 가해자에게 합의를 압박할 통로를 열어줬다는 점이다. 피해자를 계속 따라다니던 사람이 "합의해 달라"며 다시 피해자에게 접근하고, 보복을 두려워한 피해자가 어쩔 수 없이 처벌불원서를 써 주는 일이 반복됐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등을 계기로 이 조항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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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2023년 6월 21일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재석 의원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고, 개정법은 그해 7월 11일부터 시행됐다. 이때부터 스토킹범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재판이 끝까지 진행된다. 합의나 처벌불원서는 재판을 멈추는 열쇠가 아니라, 형을 정할 때 참작하는 여러 사정 중 하나로 지위가 바뀌었다.
같은 개정에서 온라인 스토킹을 처벌하는 규정이 새로 들어갔고, 가해자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있게 됐다.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접근금지 명령을 청구할 수 있는 길도 열렸으며, 잠정조치를 어겼을 때의 형벌도 징역 2년 이하에서 3년 이하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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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달라진 것은 형량의 높낮이가 아니라 '재판을 멈출 권한을 누가 쥐고 있느냐'다. 예전에는 그 권한이 사실상 피해자에게 있었고, 그래서 가해자가 피해자를 압박할 이유가 됐다. 지금은 그 권한이 국가로 넘어갔다. 일단 기소되면 피해자가 마음을 바꿔도, 두 사람이 원만히 합의해도, 재판은 판결까지 간다.
그렇다고 합의가 무의미해진 것은 아니다. 진지한 반성과 재발 방지 노력이 확인되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 법원은 이를 가장 무겁게 보는 양형 사유로 참작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감경할 수 있다. 다만 그 판단의 주체는 이제 피해자가 아니라 법원이다. 스토킹 피해자라면 "합의해야 끝난다"는 압박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가해자라면 합의로 처벌 자체를 피할 수는 없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