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1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항소심에서 정의용·서훈 전 안보라인은 직권남용 유죄로 형이 오른 반면 노영민 전 비서실장은 무죄가 됐다. 직권남용죄는 권한을 벗어난 지시와 그로 인해 상대가 의무 없는 일을 하거나 권리를 침해받은 결과가 모두 있어야 성립하며, 같은 사건이라도 권한 범위와 관여 정도에 따라 책임이 갈린다.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면 그 지시가 상대의 직무권한 안에 있는지, 내가 결정과 실행에 적극 관여했는지를 기준으로 책임이 나뉜다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
2026년 10월 21일 서울고법 형사15-3부는 2019년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의 항소심에서 피고인마다 다른 결론을 내렸다.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정원장은 직권남용 유죄로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1심이 징역 10개월의 선고를 유예한 것보다 무거워졌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반면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1심 유죄가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같은 사건, 같은 죄명인데 왜 사람마다 결론이 달랐을까. 답은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는 구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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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했을 때 성립한다. 핵심은 두 요건이 모두 필요하다는 점이다. 권한을 벗어난 행위가 있어야 하고, 그 결과 상대가 실제로 의무 없는 일을 했거나 구체적인 권리행사를 방해받아야 한다. 권한을 남용한 것처럼 보여도 아무런 결과가 없으면 죄가 되지 않는다.
여기서 '직권'은 직무를 수행하라고 부여된 권한을 말한다. 그래서 이 죄는 공무원을 전제로 한 신분범이다.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판단의 1차 기준은 그 지시가 본래 직무와 객관적으로 관련이 있는지, 관계 법령과 조직의 업무 처리 관행에 비춰 직무 목적을 위한 것인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이 틀을 쓴다.
법률신문에 소개된 한 사례가 차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법원 수석부장판사가 사건 처리가 지연됐다며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사법행정 권한 안에 있어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개별 사건의 판결 내용이나 선고를 고치라고 지시하면 재판권에 간여한 것이어서 권한을 벗어난다. 같은 사람의 비슷한 말이라도 내용이 권한 범위 안인지 밖인지가 선을 가른다. 지시받은 쪽이 거부하지 않고 따랐더라도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는 법적 근거가 없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실무진 의견이 있었는데도 나포 이틀 만에 북송을 결정하고 닷새 만에 집행한 점을 문제 삼았다.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신체의 자유와 재판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보고, 그 권리가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노영민 전 실장의 무죄 이유가 이 지점을 보여준다. 재판부는 그가 직권남용을 공모했거나 북송 결정에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지시 라인에 이름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이 자동으로 따라붙지는 않았다. 결정과 실행에 실제로 어떻게 관여했는지가 갈림이 됐다.
여기서 구분할 점이 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에게 적용된다. 민간 회사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는 직권남용죄가 아니라 강요나 업무상 배임 같은 다른 죄의 문제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다. 공공 영역이냐 아니냐에 따라 적용되는 법이 다르다는 뜻이다.
책임을 가르는 선은 결국 두 가지로 모인다. 아래를 기준으로 삼을 만하다.
부당하다고 판단되는 지시라면, 지시 경위와 반대 의견을 남긴 기록이 뒷날 책임 범위를 가르는 근거가 된다. 어디까지가 정당한 직무 이행이고 어디부터가 권한 일탈인지 애매할 때는, 혼자 판단하기보다 서면으로 근거를 요청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