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공항에서 승객이 손에 들고 있던 보조배터리가 발화해 제주항공 여객기 승객 168명이 대피하는 일이 있었다. 발화 사고의 배상 책임은 승객의 보관 방식, 항공사의 설비·관리, 배터리 자체의 결함 중 어디에 원인이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갈린다. 규정대로 휴대했는지, 그리고 발화 원인을 가릴 자료를 남겼는지가 책임 판단의 갈림길이 된다.

2026년 10월 10일 저녁, 청주국제공항에서 제주로 떠나려던 제주항공 여객기 안에서 승객이 쥐고 있던 보조배터리에 불이 붙었다. 주변 승객이 옷으로 덮고 승무원이 리튬배터리 전용 진압 파우치로 껐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연기가 퍼지면서 승객 168명이 모두 내렸다. 사고 원인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런 사고가 나면 승객 입장에서 떠오르는 질문은 하나다. 내 배터리가 터졌거나 내가 다쳤을 때, 누가 손해를 물어주나. 답은 '발화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갈린다. 승객의 보관 방식, 항공사의 설비·관리, 배터리 자체의 결함은 각각 따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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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승객 쪽이다. 2025년 1월 에어부산 김해공항 화재 때 경찰은 규정대로 반입한 물품이라면 승객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봤다. 금지 품목이 아니고 절차를 지켰다면 처벌 근거가 약하다는 것이다.
갈리는 지점은 '보관 방식'이다. 당시 한 항공 전문가는 기내 휴대란 승객이 손으로 들고 관리하는 상태이고, 머리 위 선반에 넣는 것은 기내 휴대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해석대로라면 선반에 넣어둔 배터리가 발화했을 때는 승객 과실로 볼 여지가 생긴다. 다만 이는 법적으로 확정된 기준은 아니다.
정리하면 규정 수량과 용량을 지켜 '손에 두고' 관리했다면 승객 책임은 좁아지고, 선반에 방치했다면 넓어질 수 있다.
항공사 책임은 설비와 관리에서 나온다. 발화가 기내 전력 설비 같은 항공사 측 문제로 드러나면 업무상 과실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 사고 당시 제기된 법적 시각이다. 반대로 원인이 승객 소지품이라면 항공사 책임은 좁아진다.
배터리 자체의 결함이라면 제조사 책임, 즉 제조물책임법의 영역이다. 이 법은 제조사의 '과실'이 아니라 제품의 '결함'을 요건으로 한다. 특히 2017년 개정으로, 피해자가 제품을 정상적으로 쓰던 중에 제조사의 관리 영역에서 통상 결함 없이는 생기지 않을 손해를 입었다는 점을 보이면 결함과 인과관계가 추정된다. 제조사가 다른 원인을 입증하지 못하면 책임을 지는 구조다. 제조사가 결함을 알고도 방치해 생명·신체에 중대한 손해가 났다면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물릴 수 있는 징벌적 배상 조항도 있다.
세 갈래가 겹치면 과실 비율로 나뉜다. 그래서 '누구 책임이냐'보다 '불이 어디서 시작됐느냐'가 먼저다.
입증의 핵심은 발화 지점이다. 배터리 셀 내부인지, 충전 케이블인지, 콘센트 접촉부인지에 따라 책임질 사람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사고 직후 현장이 치워지기 전에 자료를 남겨야 한다. 탄 배터리와 주변 상태를 사진·영상으로 찍고, 가능하면 전문 감정서를 확보하는 편이 유리하다. 제품의 모델명과 구매 내역, 진단서와 치료비 영수증, 항공사에 접수한 사고 기록도 함께 챙긴다. 이 자료가 없으면 제조물책임법의 결함 추정도 끌어오기 어렵다.
사고를 겪지 않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비다. 2026년 4월 20일부터 적용된 국토교통부 기준을 기준으로, 탑승 전 다음을 점검해 둘 만하다.
수량·용량 기준은 최근 몇 차례 바뀌었고 항공사마다 세부 규정이 조금씩 다르다. 자주 타는 노선이라도 이용 항공사의 최신 공지를 한 번 더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