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상고는 항소심·파기환송심 판결의 법률 위반만 다투는 법률심이어서, 사실관계를 다시 판단해 달라는 불복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래서 상고장은 판결서 송달 뒤 2주, 상고이유서는 기록 접수 통지 뒤 20일이라는 기한을 놓치면 그대로 확정되고, 인지대는 다투는 금액에 비례해 커진다. 불복할 법률 쟁점이 있는지, 다투는 금액을 어디까지 좁힐지, 확정 전 상대 재산을 가압류·사전처분으로 묶어둘지를 함께 따져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사건이 다시 대법원으로 갔다.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은 분할 대상 재산을 약 2조9천억원으로 보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현금 9천440억원을 주라고 판결했는데, 최 회장 측이 2026년 8월 14일 재상고했고 대법원은 9월 14일 사건을 접수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대법원이 '누가 얼마를 기여했나'를 처음부터 다시 따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고는 원심의 사실판단을 뒤집어 달라는 절차가 아니다. 민사소송법은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은 상고법원을 구속한다고 정한다(제432조). 대법원은 헌법·법률·명령·규칙 위반, 즉 법을 잘못 적용했는지만 본다. 그래서 "재산 형성 기여도를 잘못 인정했다" 같은 주장은 사실심 판단이라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고, "분할 비율 산정에 적용한 법리가 틀렸다"처럼 법률 문제로 구성해야 승산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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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기환송심 판결에도 다시 상고할 수 있다. 다만 대법원이 이미 파기 이유로 밝힌 법률 판단은 환송심을 구속하고, 그 부분은 재상고심에서 다시 다툴 수 없다. 대법원 2022년 12월 판결도 환송심에서 상고를 기각한 부분은 그대로 확정된다고 봤다. 결국 재상고가 실질적으로 열리려면 환송 뒤 새로 판단된 쟁점에 별도의 법령 위반이 있어야 한다.
기한은 짧고 엄격하다. 상고장은 판결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안에 내야 한다(민사소송법 제396조, 제425조). 이 기간을 넘기면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다.
상고장을 냈다고 끝이 아니다. 소송기록 접수 통지를 받은 날부터 20일 안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해야 하고(제427조), 이걸 놓치면 상고이유를 따지지도 않고 상고가 기각될 수 있다. 두 기한 모두 놓치는 순간 되돌릴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점을 먼저 기억해야 한다.
대법원에 낸 인지대만 8억5천여만원이라는 사실이 화제가 됐다. 인지대는 소송 규모, 정확히는 불복해서 다투는 금액에 비례한다. 최 회장 측은 9천440억원 가운데 7천억원은 다투지 않고 2천440억원만 문제 삼겠다며 상고 취지를 줄였고, 그만큼 인지대도 함께 내려갔다.
계산 구조를 알아두면 자신의 사건에 대입해볼 수 있다. 민사소송 등 인지법상 상고장 인지액은 1심 소장 인지액의 2배다(항소심은 1.5배). 1심 인지액은 소가 구간에 따라 아래처럼 정해진다.
| 소가 구간 | 1심 인지액 | 상고심(2배) |
|---|---|---|
| 1천만원 미만 | 소가×0.5% | ×2 |
| 1천만~1억 | 소가×0.45%+5천원 | ×2 |
| 1억~10억 | 소가×0.4%+5.5만원 | ×2 |
| 10억 이상 | 소가×0.35%+55.5만원 | ×2 |
여기서 소가는 재산분할로 다투는 금액이다. 불복 범위를 어디까지 좁힐지가 곧 비용을 좌우한다는 뜻이다. 이길 가능성이 낮은 부분까지 붙들면 인지대만 커진다.
상고심이 진행되는 동안 판결은 아직 확정된 게 아니다. 그사이 상대가 부동산이나 예금을 처분하면 나중에 이겨도 받아낼 재산이 사라질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가압류·가처분과 사전처분이다.
가압류·가처분은 소송 전에도 신청할 수 있지만 별도 비용이 든다. 사전처분은 소송이나 조정이 걸려 있는 동안 법원에 신청하는 방식으로, 정당한 이유 없이 어기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이미 재산을 빼돌린 정황이 있다면 사해행위취소권도 검토할 수 있는데, 취소 원인을 안 날부터 1년, 처분 행위일부터 5년 안에 행사해야 한다.
정리하면 순서는 분명하다. 다툴 법률 쟁점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다투는 금액을 어디까지 좁힐지 정한 뒤, 확정 전에 상대 재산을 묶어두는 조치를 병행하는 것이다. 대법원 심리 기간은 사건마다 편차가 커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