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처벌법 제24조는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동의 없이 SNS 등에 공개하면 누구든지 3년 이하 징역 등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이름을 쓰지 않아도 주변 정보로 특정되면 적용될 수 있다. 직접 쓴 글뿐 아니라 남의 글을 캡처해 퍼 나르는 행위도 별도의 공개로 보며, 최근 정철승 변호사가 박원순 사건 피해자 신상 노출 등으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올리기 전 피해자가 특정되는지와 동의 범위를 확인하고, 이미 올렸다면 즉시 삭제·회수한 뒤 변호사와 상담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길이다.

성범죄 사건이 공론화되면 분노와 응원이 뒤섞여 SNS에 글이 쏟아진다. 그런데 피해자를 돕겠다는 마음으로 올린 글이 오히려 처벌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핵심은 하나다.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동의 없이 올리면, 내가 쓴 글이든 퍼 나른 글이든 '누구든지' 처벌받을 수 있다.
이 무게를 보여준 사례가 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의 신상을 SNS에 노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철승 변호사는 2026년 10월 30일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KATRIN BOLOVTSOVA
근거는 성폭력처벌법 제24조다. 2항은 누구든지 피해자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학교, 용모처럼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인적사항이나 사진을 동의 없이 신문·방송·정보통신망에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다. 정보통신망, 즉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가 명시돼 있다.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주목할 단어가 '누구든지'다. 이 조항은 기자나 수사기관 관계자만 겨냥하지 않는다. 사건과 아무 관련 없는 일반 이용자가 올리거나 공유해도 똑같이 적용된다.
흔한 오해가 "실명만 안 쓰면 괜찮다"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다. 법이 막는 것은 이름 그 자체가 아니라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다.
직업과 근무지, 나이, 사는 동네, 가해자와의 관계, 얼굴이 드러난 사진, 캡처한 메신저 대화를 몇 개만 엮어도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으면 특정으로 볼 여지가 생긴다. 다만 어디까지를 특정으로 판단할지는 글의 맥락과 정보량에 따라 사안별로 갈린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선 긋기가 위험한 이유다.
남이 쓴 글을 가져와 다시 올리는 행위도 별개의 공개로 본다. 원글이 지워져도 내 타임라인에 남은 캡처가 문제될 수 있다. 피해자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사연을 밝혔다고 해서, 그 내용을 다른 SNS에 퍼뜨리는 것까지 동의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실무에서 동의는 좁게 해석된다.
여기에 피해자를 조롱하거나 깎아내리는 말을 보태면 형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이 별도로 성립할 수 있다. SNS 게시물이나 단체 대화방은 여러 사람이 보는 공간이어서 공연성이 쉽게 인정된다. 정철승 변호사 사건에서도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가 함께 다뤄졌다.
올리기 전에는 이 네 가지를 따져 보는 게 안전하다.
이미 올렸다면 순서가 있다. 먼저 글을 삭제하거나 비공개로 돌리고, 공유·캡처된 것이 있으면 회수를 요청한다. 성폭력처벌법 위반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유형이라, 빠른 자진 삭제가 상황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사과한다며 피해자나 대리인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은 접근금지 위반 등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대응이 필요하면 변호사와 먼저 상담하는 편이 낫다.